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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조기사퇴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정 3인자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최 경제부총리가 승계 순서상 총리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 총리가 자리에서 내려올 경우 바로 후임 총리를 지명하기에는 정치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부담이 크다. 후임 총리를 바로 지명하려 해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거센 공격을 이겨낼 만한 후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총리는 물론 그 이전 두 명의 총리 후보가 호되게 겪었던 '검증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완종 리스트'라는 희대의 여권발 금품 수수 파문이 인 상황에서 '청문회'라는 가시밭길을 스스로 걸으려는 후보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가깝다.
이에 따라 여권 입장에서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 한 당분간 최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최 경제부총리의 총리 대행직 수행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친박비리게이트대책위원장은 "최 경제부총리가 당장 경제정책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헌법정신에 따른 승계 순위를 따른다는 점에서는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승계 서열대로 부재시 대리하게 되는 것일 뿐 국정공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위원장은 "총리 대행이 안 된다고 지적할 생각은 특별히 없다"며 "국정불안을 원치 않기 때문에 최 경제부총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을 경우 이는 대권을 향한 그의 '정치력'을 본격적으로 시험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경북 지역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최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대구와 경북의 비중과 역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 총리에 경남 출신인 정홍원 총리, 두 번째는 충청 출신인 이완구 총리로 지역적 배분을 해왔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에는 결국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자 텃밭인 '대구경북(TK)' 역할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전망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4월 경제부총리로 취임한 후 부동산대책 등에서 성과를 내며 선전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오는 7월 국회 복귀설이 돌았던 당사자다. 비록 예기치 않던 상황이지만 총리 대행을 맡아 원활한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줄 경우 차기 대권후보군 중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으면서 국정 전면에 부상할 경우 '반성하는 보수, 혁신하는 보수'로 차별화 전략에 성공하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 모두 TK 중심인 대구 출신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 이후 새누리당에서 눈에 띄는 TK 지역의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두 중진의 경쟁이 미칠 파장과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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