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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8월 28일] 가업승계와 기업경쟁력

스위스의 바젤에서 매년 봄 개최되는 시계ㆍ보석박람회는 전세계 유명 시계업체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업계 최대의 행사다. 이 박람회에 출품되는 시계들은 화려한 디자인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까지 이르는 판매가격으로 언론과 세인의 이목을 끈다. 이들 명품시계들의 제조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까닭에 정확한 마진율을 알 수는 없지만 대략 80~90%선 정도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마진율이 10~20%선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이 지닌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가 세계시장에서 얼마나 높게 평가되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 기업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세계적인 명성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명품시계 업체의 상당수는 수세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소위 ‘가업승계형 기업’이다. 할아버지대에서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를 아버지대에서 더욱 발전시키고 손자대에서 이를 집대성하는 식으로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가업승계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손꼽힌다. 또 활발한 가업승계로 장수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설립 200년이 넘는 전세계 5,500여개의 장수 기업 중에서 일본 기업이 3,100개나 되며 이 중 가업승계 기업이 74.3%나 된다고 한다. 가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수명연장이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경쟁력을 갖추게 한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200년 이상 기업은 차치하고 100년을 넘긴 기업도 겨우 두 개에 불과하다. 우리의 기업 역사가 일천하다는 데 원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기업승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경영권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가혹한 상속세제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 기업도 이제 창업세대를 중심으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 전반에 경영공백을 의미하는 ‘은퇴공백증후군(Retire Vacuum Syndrome)’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세계 각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그 맥(脈)조차 이어가기 어려워 진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이 기업 상속에 대한 세금감면 등의 인센티브 제공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해주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오히려 기업의 경영권 상속에 높은 세율로도 모자라 할증과세라는 짐마저 얹어놓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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