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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출발점에 선 미국과 중국


지난 7~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 취임 후 첫 미국ㆍ중국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담의 화두는 새로운 강대국 관계 구축, 즉 중국식 표현으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였다.

패권다툼 없는 세력균형 의견일치

신형대국관계는 중국 신지도부가 추구하는 대외관계의 슬로건이다. 급부상하는 신흥 강대국과 패권적 지위 상실을 우려하는 현재의 패권국이 충돌로 귀결됐던 과거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공존 또는 최소한 패권전쟁 없는 세력 전이를 이루겠다는 의미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과거 역사의 답습이냐 아니면 '신형(新型)'이 주는 의미 그대로 새로운 강대국 관계의 형성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개념이다.

1979년 미중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관계는 크게 세 번의 변화가 있었다. 그 첫 번째 시기가 덩샤오핑 시기이다. 이 시기 양국은 구소련에 대한 대응과 중국의 개혁개방에 이해를 같이했다. 두 번째 시기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해당한다. 탈냉전 시기를 맞이해 중국은 미국의 패권적 질서 내에서 적극적 시장화를 통한 경제 성장을 도모했다. 그리고 지금 양 강대국은 또 다른 시기를 맞이했다. 정치경제적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미국과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새롭게 조정해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강대국 관계 형성을 위한 중국의 노력이 첫 단추를 꿴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둔 측은 중국이었다. 중국 신지도부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대한 대응을 대외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완화시키고 이른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안정적 대외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러시아와의 우의를 재확인하고 이어 아프리카를 방문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번 미국 방문에 앞서서는 중남미 국가들을 방문해 관계를 돈독히 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새로운' 미중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외교적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자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의 친분을 쌓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국 정상 간 보다 긴밀한 친분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방문이 비공식 정상회담의 형식을 띤 배경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양국 차원과 글로벌 차원에서 다뤄야 할 주요 이슈에 대해 구체적 방안보다는 협력한다는 기본 방침을 내오는 데 중점을 뒀다. 따라서 양국이 첨예한 입장 차를 어떻게 조율하는가는 7월에 개최될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

구체적인 전략두고 경쟁 치열할 듯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관계 형성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 양 강대국은 앞으로 헤쳐가야 할 긴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새로운 강대국 관계 형성은 여전히 '아무도 가지 않은 길(the road-not-taken)'이다. 평화로운 패권 이동의 예로 많이 거론되는 사례로 전후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패권 이동이 있다. 그러나 이 사례는 현재 진행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와는 상황ㆍ조건ㆍ맥락이 많이 다르다. 자신감과 여유가 있어 보이나 조급할 수밖에 없는 중국, 그리고 조급해 보이나 여유 있는 미국이 이 새로운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나가는가는 지금부터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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