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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북측 갈등, 장기화되나
입력2005-09-14 13:30:31
수정
2005.09.14 13:30:31
김윤규 부회장의 일선 퇴진으로 촉발된 북측과현대그룹의 갈등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아산 임원진이 13일 북측과 협상을 위해 방북했지만 냉랭한 분위기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없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개성 시범관광 실시 이후 첫 만남으로 개성 본관광 협상을 위한 자리였지만 현정은 회장이 12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심경과 방침을 밝힌만큼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을 알아보고 간극을 좁히는 계기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
하지만 북측은 그동안의 강경 자세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얘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본관광 협의를 위해 갔지만 겉돌다가 끝났다"고 북측의 썰렁한 태도를 전했다.
양측은 다음 협상 일정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은 그동안 대북사업을 진행하면서 갖은 고비를 넘겨왔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북측과 현대의 직접 갈등보다는 대내외 여건에 의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직접 대치하는 형국이고 정몽헌 회장이나 김윤규부회장 등 해결사도 없기 때문이다.
현대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냉각기를 가진 뒤 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이라고말해 양측의 갈등 상황이 조만간 봉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간상 연내 백두산 시범관광 실시는 무산 가능성이 높고 개성 본관광도이른 시일내 성사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측도 현 회장이 직접 나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이상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오기 전까지는 추가 대응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김윤규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아직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갈등이 봉합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면서 "현 회장이 직접 우리의 입장을 밝혔으니 북쪽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은 현재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일부 인사가 현회장의 발표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남북접촉에서 드러난 현대와 현정은 회장에 대한 북측의 일관된 태도는 최고위층의 의중이 실리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측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대북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현 회장이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북사업을 하느냐, 하지 말아야하느냐의 기로에 선 듯하다"고 밝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전체 문맥상 정주영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목숨과 바꾼 사업에 대한 지속 의지가 강력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현대 임원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태도 변화가 현대를 상대로 유리한 협상고지에 서기 위한 입지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기대에 어긋나면 다른 기업과 대북관광사업을 수행할 수도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다목적 포석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북측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을 제안하면서 `관광 정책이 바뀌었다. 앞으로 북측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사업 제안이 현대측을 압박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북측이 실리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 같다"면서 "금강산에대해서는 현대로부터 받을 돈을 거의 받아내 개성과 백두산은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기업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측이 북측을 흡족하게 할만한 조건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사업 전문가도 "북측의 태도는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현대가 7대 사업권에 개성이 들어있다고 주장하지만 개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의 압박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우선 개성관광에 대해 북측의 요구대로 1인당 150달러의 관광대가를 줘서는 어떤 기업도 수익을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에 롯데관광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이 섣불리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같은 값이면 북측이 자신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대와 함께 개성관광을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또한 북측이 현대를 압박할 다른 수단도 여의치 않다.
북측 입장에서도 금강산관광이 중요한 달러 수입원이기 때문에 전면 중단할 가능성은 적다. 어차피 금강산관광을 현대와 계속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북측이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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