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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메가시프트 온다] 휴대폰 유통 무한 경쟁시대 막 올랐다

블랙리스트제 내달 도입<br>해외서 구입한 제품이라도 주파수만 맞으면 개통 가능<br>이통재판매도 활성화될 듯<br>삼성·LG·팬택 등 제조업체 유통망 확대 등 대응 분주






전세계에서 팔리는 대부분 휴대폰에는 IMEI(단말기 국제 고유 식별번호)가 붙어있다. 다른 휴대폰과 구별되도록 휴대폰 하나하나에 붙여진 고유번호다. 휴대폰은 도난, 분실 사고가 많다. 이동통신사들이 도난, 분실된 휴대폰 등 문제가 있는 단말기(IMEI번호)만 이동통신망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등록방식이 블랙리스트(blacklist·개방형)제도다. 미국, 유럽, 남미 등 세계 여러국가들이 운용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이 같은 블랙리스트 제도가 국내에도 도입된다.

한국은 지금껏 화이트리스트(whitelist·폐쇄형)제도를 고수해왔다. 용어의 느낌은 화이트리스트가 더 친근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깨끗하고 관리받고 있는 기기만 개통해주는 것을말한다.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곳에서도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사고 싶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블랙리스트는 이른바 '요주의'명단에 오르지만 않았다면 소비자가 고른 휴대폰도 통화가 가능한 방식이다.

이동통신사는 그동안 검증 안된 휴대폰이 통신망과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화이트 리스트를 고집해 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 욕구가 커지고 이통사 중심의 유통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돼 오면서 새로운 등록방식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블랙리스트를 '단말기자급제'로 부른다. 소비자 스스로 단말기를 구입한다는 의미다. 삼성·LG전자의 가전대리점, 대형할인점, 편의점 등이나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폰이라도 국내 주파수 대역과 맞는다면 개통하는데 문제가 없다. 기존에 휴대폰을 사용하던 소비자가 유심(USIM·가입자 식별카드)칩만 새 휴대폰에 꽂으면 이동통신사에 굳이 등록하지 않고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이통사 대리점 이외 할인점등에서 구입한 단말기도 분실·도난에 대비해 사용자가 희망하면 이통사에 따로 IMEI를 등록할 수 있다. 원래 블랙리스트 제도는 사용자가 IMEI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이 식별번호 등 관리에 소홀한 점을 감안해 기존 화이트리스트를 가미한 형태다.

블랙리스트는 통신시장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옮겨지는 이른바 '메가 시프트(Mega shift)'에 비유된다.

가령 디자인은 뛰어나지 않지만 기능은 고가제품에 뒤지지 않는 휴대폰을 사서 사용한다면 제품 선택권과 비용면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통사 대리점에 진열된 제품만 보고 골라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나큰 변화다. 방통위가 휴대폰 유통혁명으로 부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블랙리스트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도 그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 대부분 이통사가 보조금을 주는 특정 요금제를 선택해 2년이상 한 사업자 서비스만 이용하는 상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통사의 가입자 구속력이 감소함에 따라 이통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더 많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품질경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체들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MVNO(이동통신재판매)도 변수다.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면 MVNO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망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SK텔레콤등 망 사업자에게서 임대해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사업자에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단말기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통사의 재고 단말기와 중고폰에 의존하던 MVNO들이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독자적인 단말기 수급도 가능해질 경우 이통사와의 서비스경쟁도 예상된다. 이 같은 시장 변화가 이뤄지면 소비자들은 보다 자유롭게 자신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어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만 취급하는 전국 대리점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랙리스트가 가져올 변화는 크다. 다만 고가 휴대폰 선호현상이 강한 국내 시장에서 제도정착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가 휴대폰을 직접 구매하는 수요는 많지 않다. 이에 반해 이통사의 보조금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다. 여기에 기존 약정가입자의 약정기간이 남아있는 한 따로 휴대폰을 직접 구매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리스트를 도입한 일본은 통신사 이외의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단말기는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유럽도 80%정도가 이통사 보조금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단말기가격이 비싸고 유심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LTE(롱텀에볼루션)도 변수다. 이동통신의 중심이 3세대(3G)에서 4세대로 넘어오면서 LTE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어 이통사의 휴대폰 유통시장 주도권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이미 국내 LTE 가입자수는 400만명을 훌쩍 넘었으며 가입자수 증가세도 폭발적이다.

이통사들은 블랙리스트의 충격을 LTE가 어느정도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군·읍·면까지 서비스가 가능한 전국망을 구축했다. SK텔레콤은 84개시와 고속도로, 철도 등 주요지역에 LTE망을 깔고 이달부터 전국 서비스에 들어갔으며 KT도 이달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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