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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나비벤처에 '참벤처' 죽는다
입력2000-03-20 00:00:00
수정
2000.03.20 00:00:00
이상연 기자
[한국의벤처, 미래를보자]한국벤처 실허벤처혁명의 중심이라는 서울 테헤란밸리. 이 거리의 빌딩 하나에는 보통 1~2개의 닷컴(.COM)과 캐피털 간판이 나란히 걸려 있다. 겉모습만으로는 인터넷 기업이 벤처의 전부고 투자 대기자금이 거리에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벤처업체의 상당수는 돈만 좇는 이른바 ‘무늬만 벤처’들이다. 특히 최근 테헤란밸리에 새로 등장한 벤처기업의 80% 이상은 수익성과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서비스업체다.
벤처 컨설팅업체 A사장은 “기술력은 그만두고라도 사업성 자체까지 의심되는 기업이 부지기수”라며 “미래가 보이는 건전한 업체는 10%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후 뻥튀기 증자로 돈을 빼내 딴 일을 하는 젊은 벤처인도 있다. 굴지 벤처기업 B사의 J사장은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지만 최근 벤처기업은 증시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한다”며 “벤처인들의 머니게임은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벤처는 또 우리 경제의 영원한 숙제인 외화벌이와 무관하다. 1,000개 가까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이 매년 3억달러의 소프트웨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는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면서도 수출액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횃대밑의 호랑이, 우물안 개구리’인 것이다.
과열양상도 문제다. 인터넷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모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 P사에는 지난 1주일동안 무려 100여건의 계획서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사업계획서를 보내와 회사측을 놀라게 했다.
독창적인 리눅스 운용기술을 갖고 있는 T사 사장실에는 얼마전 건설업자라는 40대 남자가 돈가방을 들고와 “현재 자본금 수준인 20억원을 현찰로 줄테니 투자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물론 ‘진짜 벤처인’들은 이러한 현실에 할말이 많다. 벤처전도사로 알려진 메디슨의 이민화(李珉和)회장은 “벤처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제조업체인데 벤처 전체를 인터넷기업과 동일시하는 것은 큰 오해”라며 “곧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갖춘 제조업 벤처가 여럿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張興淳)회장도 “대부분 벤처인을 창업 1~2년만에 돈벼락을 맞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며“하지만 지금 코스닥에서 평가받는 벤처기업 대부분은 10년 가까이 어렵게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소기업청 통계를 보면 전체 벤처업체 가운데 제조업체가 67.2%로 가장 많고 소프트웨어업체는 16.7%, 인터넷·사이버 업체는 8.1%에 불과하다. 창업후 경과기간은 평균 6년. 벤처기업협회의 경우 1,042개 회원사 가운데 95년 이전 설립 기업이 463곳으로 전체의 45%다.
벤처가 한국경제의 진정한 돌파구로 자리하기 위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입력시간 2000/03/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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