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학생 1,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를 건립한다.
올해 유독 대출서류 조작 등 '탐욕'의 이미지가 강해진 것을 씻기 위한 은행권 사회공헌의 일환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복지지출로 풀어야 할 사안에까지 은행권의 자금 투입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2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한국장학재단의 기숙사 건립 사업에 총 326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기숙사는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86번지에 설립되고 지하2층ㆍ지상7층의 연면적 1만8,396㎡(5,565평) 규모다. 내년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4년 2월에는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기숙사는 1인실(장애인 학생용) 30실, 2인실 431실, 4인실 27실 등 모두 488실로 1,000명의 학생이 거주할 수 있다. 기숙사에는 대부분 저소득층 지방 학생 위주로 입주할 예정이다.
지원금액은 내년 은행연합회 은행별 경비분담률대로 나눠 공사 일정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분담할 예정이다. 22개의 은행과 금융공기업이 참여하는데 국민은행이 39억원을 지원해 분담액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신한은행 34억4,000만여원, 우리은행 34억원, 중소기업은행 28억원, 외환은행 28여억원 등의 순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종 분담액은 건축 관련 낙찰금액이 결정되는 것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기숙사 건립에 통 큰 기부를 하게 된 것은 올해 초부터 금융감독 당국이 기숙사ㆍ어린이집 설립 등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하면서다. 하지만 은행권은 기숙사 건립 등이 은행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연합회도 올해 초 기숙사 설립의 사업성을 검토했지만 소요 경비에 대한 정부와의 견해 차이로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정상 논란이 좀 있었지만 은행권이 통 큰 기부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은 기숙사 건립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기숙사 명칭에서 은행 지원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해 홍보에 활용하거나 은행권에서 추천하는 학생을 일정 비율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장학재단과 협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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