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유소가 정유사에 대놓고 복수폴제를 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강서지역의 한 주유소 사장) “복수 폴제는 연료 탱크를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해 국내 주유소의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정유사의 한 관계자) 지난 2001년 9월 소비자들의 선택권 강화와 가격 경쟁을 통한 유가 할인을 위해 제정된 복수폴제가 시행 6년이 지나도록 겉돌고 있다. 복수 폴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주유소들은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편법으로 비상표 유류를 판매하는 등 오히려 복수폴제의 폐해만 늘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1만2,019개 주유소중 복수 폴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주유소는 177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7개의 주유소의 경우 ▦상표-비상표 판매가 163개 ▦상표-상표가 13개 ▦무상표-무상표가 1개로 이뤄졌다. 결국 두개의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납품 받는 곳은 13개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이중 폴제를 하기 위해 경쟁 정유사에 기름 납품을 요구하면 해당 정유사는 이를 거부하고, 기존 거래 정유사 역시 납품 중단 등을 통해 주유소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주유소 사장은 “복수 폴제를 위해 경쟁 정유사에게 유류 공급을 요청해도 납품 거절과 함께 기존 거래 정유사로부터 비공식 경고 조치를 받게 된다”며 “특히 정유사 변경을 위해 3년 동안 무폴 주유소로 영업을 해도 원적지(기존 거래 정유사)를 문제 삼아 유류 공급을 거절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는 정유사들이 경쟁사 주유소를 판매망으로 편입할 경우 정유사간의 불필요한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정유사간의 암묵적인 신사협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부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의 폴을 설치한 채 비상표 유류를 판매하는 등 편법적인 유류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A정유사의 상표를 부착한 채 영업을 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을 늘리자면 비상표 기름을 판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당수의 주유소가 1개의 정유사 상표를 내걸은 채 무상표 기름을 공급 받아 영업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뜀했다. 결국 공식적으로 복수 폴제를 신고한 주유소는 기존 거래선 정유사의 일방적인 조치로 어쩔 수 없이 독립 폴을 시행하고 있지만 편법을 동원한 주유소의 경우 버젓이 정유사의 상표를 단 채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복수 폴제를 시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유사간의 경쟁을 유발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유가가 급등하면서 주유소들은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비상표 기름을 파는 등 편법적인 운영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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