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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금비리 유형] 국민혈세 곶감 빼먹듯
입력2003-04-01 00:00:00
수정
2003.04.01 00:00:00
오철수 기자
1일 대검의 공적자금 비리 3차 중간 수사 결과 적발된 기업과 개인의 범죄 사례는 `비리의 백화점`을 연상케 한다.
부실기업주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개인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자금까지 동원했다가 회사부도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는가 하면 기업경영이 어려워지자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을 받기도 했다. 또 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거액의 부외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자금으로 경영권 방어=박영일(구속) 전 대농그룹 회장은 적대적 M&A로부터 개인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의 자금을 동원했다가 처벌을 받은 첫 케이스. 박영일 전 대농ㆍ미도파 대표와 한진유(구속) 전 미도파 대표는 90년대 이후 면방직업계의 불황과 미도파백화점의 매출부진으로 자금난을 겪던 중 97년 1월경 신동방그룹이 미도파를 적대적 M&A하려 하자 개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 자금 1,370억원을 동원,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이 과정에서 미도파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97년 5월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에 따른 부실채무 규모는 무려 1조9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통상 경영권 방어 이후에는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영업과 무관한 기업주 개인의 경영권 방어에 회사자금을 동원함으로써 부도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배임혐의가 적용됐다.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이들 기업의 부실과정에는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이라는 전형적인 수법도 동원됐다. 박영일ㆍ최진우 전 대농 대표는 96년 4월부터 97년5월까지 전산을 조작해 재고자산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2,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960억원을 사기대출했고 박영일ㆍ한진유 전 미도파 대표는 96년 10월부터 97년5월까지 백화점 매출을 과대계상하는 방법으로 990억원을 분식회계해 640억원을 사기대출 했다.
박건배ㆍ양종석 전 해태제과 대표는 80년대 이후 동종업계와의 경쟁 심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외형확장 위주의 경영으로 부실을 초래했다. 이들은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95년 10월부터 97년 7월까지 1,5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2,3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해태는 결국 97년 11월 부도가 발생해 현재 제3자 매각과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무는 5,100억원에 달한다.
◇정계 등 로비=동아건설산업은 98년이후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1,800억원의 협조융자를 통해 간신히 연명하고 있던 상황에서도 38억원의 부외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병우(구속) 전 동아건설 회장 등은 2000년 3월경 보험 리베이트 수수와 인건비 과대계상 등을 통해 조성한 38억원 가운데 7억원을 4ㆍ13 총선을 앞둔 60여명의 정치인에게 200만~5,000만원씩 제공했다. 이는 정치자금법상 결손기업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와 연간 기부한도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동아건설은 98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으로 선정됐다가 결국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오철수기자, 김한진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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