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1월에 터진 소버린 사태는 IMF외환위기로 빗장이 풀린 금융개방의 틈을 타고 외국 사모펀드인 SK의 경영권을 공격한 사건이다. 취약한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 자신은 물론 국민 경제 전체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의 정서는 ‘우리가 당했다’가 지배적이었다. 이쯤에서 짚어봐야 할 것은 소버린이 1조원 가까이 벌었다는 단순한 수식적 계산이 아니라, SK㈜ 기업 당사자는 물론 주주, 국내기업, 나아가 한국경제를 아우르는 큰 틀의 손익계산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SK글로벌과 소버린 간에 벌어진 2년간의 사건을 돌아보며 외국자본에 대한 우리 경제인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버린을 비롯한 외국 자본에 대한 논란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제로섬’ 사고방식에서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윈윈’(win-win)사고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핵심은 소버린이라는 외국 사모펀드의 의혹을 파헤치고 숨겨진 비리를 밝히는 데 주안점 둔 것이 아니다. 대신 소버린의 실체와 사모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그리고 SK사태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기업의 대응책을 다루고 있다. 소버린 사태를 결산해 본 결과 손해 본 측은 사실상 별로 없고 결국 승자만 남았다는 사실을 주장하며 외국자본과 재벌에 대한 관점 변화를 말한다. 저자는 외국 자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이 아니라 한국경제 규모의 파이를 확장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자본 또는 기업의 대주주가 파란 눈이냐 검은 눈이냐가 아니라 그들이 공정한 룰 안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창출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많아진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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