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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서 자동차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의 역습

中 상용차 국내 출시 3개월 만에 사전계약 160대 넘어서

소형TV 판매도 불티… 위안화 약세 타고 전방위 확산 우려




국내 철강재 20%가 중국산… 배터리·체중계 등 줄줄이 안방 잠식
화웨이, 휴대폰이어 네트워크·서버시장까지 공략
한중FTA로 시장개방땐 국내서 한판대결 불가피


# 중국 상용차 업계 1위 회사인 포톤의 픽업트럭 '튠랜드'. 겉으로는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스포츠'와 비슷한 이 차가 국내 출시 3개월 만에 사전계약 160대를 넘어서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초도물량 100대의 3분의1 이상이 한꺼번에 더 팔린 것이다. 공식 판매사인 ㈜시안자동차 관계자는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실용성이 큰 장점"이라며 "확보되는 물량에 따라 계약 및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전제품 판매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올 들어 중국산 TV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26인치 이하 중소형 TV 판매량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55%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20%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국산보다 30~40% 안팎 싼 것이 가장 큰 무기다.

소형가전부터 자동차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농산물과 생활용품에서 시작한 중국산의 안방 공략은 샤오미로 대변되는 정보기술(IT)과 전자제품을 넘어 자동차까지 제품군이 광범위해지고 있다.

낮은 가격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가진데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 판매가 최근 들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은 샤오미의 휴대폰용 배터리와 웨어러블 헬스기기, 체중계 미스케일, USB 선풍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자동차까지 중국산이 안방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실제 중국 상용차 업계 1위 회사인 포톤의 픽업트럭 튠랜드는 국내 출시 3개월 만에 사전계약 수가 160대를 넘어섰다. 북기은상기차유한공사도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이며 선롱버스도 새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샤오미 외에 중국의 대표적 통신기기 업체인 화웨이도 국내 기업 네트워크와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씨마와 노벨뷰·UNIC 같은 업체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철강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철강이 국내 시장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제품 수입액은 2012년 807억달러에서 지난해 900억달러로 11.5% 증가했다.

자동차는 산업의 꽃이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강을 비롯해 각종 소재와 부품산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야 한다. 최근에는 전자부품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련 기술도 필요하다. 중국 자동차가 우리나라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반적인 산업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해외시장 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역습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으로 이름난 샤오미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가전, 소형 전자제품, 생활재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제품의 공습은 현실이 되고 있다. 기본적인 가격경쟁력에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환율효과까지 어우러지면서 중국제품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의 중국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포톤의 픽업트런 '튠랜드'는 지난달 중국에서 들어온 초도 물량 100대가 최종검수 작업을 받고 있으며 16~18일께 첫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튠랜드'는 미국산 2.8리터(ℓ) 디젤엔진에 최고 161마력의 힘을 낸다. 짐은 최대 900kg을 실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1톤 트럭 '포터'와 맞먹는다. 연비는 리터당 11.6km로 가격은 3,300만원대다.

중국 북경자동차그룹이 참여하고 있는 북기은상기차유한공사의 차량도 10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수입 법인 중한자동차는 소형트럭 '세르파T'와 소형 화물밴 '세르파V'의 국내 출시를 위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버스 400대를 팔아 점유율 10%를 기록했던 선롱버스는 올해 마을버스용 미니버스 '듀에고 CT'를 판매할 계획이다.

중국산 차는 기본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다. 성능도 크게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에서 975대의 자동차를 수입했다.

TV 같은 가전도 롯데하이마트에서 중국산 제품 점유율이 전년 대비 20%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중국산은 인기다.

그 선두에는 샤오미가 있다. 현재 샤오미는 국내에서 휴대폰 보조 배터리와 공기청정기,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소형 캠코더 등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계층도 명품을 추구하는 쪽과 중저가를 선호하는 쪽이 확연히 양분되면서 중국산이 틈새를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샤오미는 조만간 TV와 정수기, 스마트폰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샤오미 외에도 씨마와 노벨뷰, UNIC 등의 중국 업체도국내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중국의 대표 통신기기업체인 화웨이도 한국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화웨이 법인을 앞세워 최근에는 기업 네트워크와 서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 9월에는 LG유플러스를 통해 'X3'를 공식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에도 발을 담갔다. 켈빈 딩 한국화웨이 대표는 "정보기술(IT) 장비가 필요한 모든 회사와 소비자를 잠재 고객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시장에서의 사업확대 의욕을 내비쳤다.

소형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중공업 분야에서도 중국 제품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철강시장의 33.2%를 수입재가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산이 19.9%를 기록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철강재 5분의 1이 중국산인 셈이다. 품목별로 선재는 국내 시장에서의 중국산 점유율이 31.3%에 달했고 봉강(24.6%), H형강(23.8%), 칼라강판(23.4%), 중후판(18.1%) 등이다.

이외에도 생활소비재 상품의 거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거나 중국 업체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의 한국시장 점령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향후 시장개방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에서도 중국산 제품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처럼 중국 업체와 차이가 꽤 난다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중국 업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예전보다 중국산 제품의 성능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중국산을 선택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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