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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이근영 산업은행총재

대담 = 이세정 정경부차장최근 시중은행들은 금융구조조정때문에 홍역을 치뤘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기아자동차 입찰 등 수많은 현안들로 곤욕을 겪었다. 지난 4월 부임하자마자 악화된 외자조달여건, 갈수록 커지기만 적자규모, 자체 구조조정에 대한 외부 압력 등에 시달리며 6개월을 지내온 이근영(李瑾榮) 산업은행총재의 표정은 그러나 주요 현안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탓인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李총재는 특히 기아자동차 입찰을 객관적으로 처리했다고 자부했다. -어려울 때 부임해서 반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산업은행이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개발금융기관이라는 본래의 설립목적에는 다소 어긋나는 것같은데요. ▲국민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개발기에는 중장기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또 SOC나 기술개발, 환경오염방지와 같이 시장기능에만 맡길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도 적극 나서는게 산업은행의 본연의 기능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금융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무역금융, 중소기업 등 금융소외분야에 대한 지원을 정부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국책은행이 이를 대행하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산은이 힘써왔던 개발금융의 업무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앞으로 산은의 방향을 어떻게 정립하고 계신지요. 일본의 경우만 해도 개발금융기관였던 일본장기신용은행이 파산직전에 놓이는 등 경제발전에 따라 개발금융기관의 위상이 흔들리는데요. ▲일본 중국과 달리 규모가 작아 자체 시장만으로 한 산업이 발전하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국책은행이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일본 장기신용은행과 개발은행은 시장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 업무에만 매달리다가 부실이 심해졌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이 겸업화에 힘쓰고 대기업은 시설자금을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등 시장여건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개발금융기관이 해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또 향후 북한과의 경협이나 통일 후를 대비해서라도 산업은행과 같은 조직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독후 동독 개발을 위해 정부의 100% 보증으로 독일재건은행이라는 대형 은행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개발금융업무만으로는 조직을 이끌어가기 힘들어 일본 장기신용은행처럼 파산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개발금융업무는 마진율이 0.5%수준에 불과, 이 업무만으로는 조직 관리비를 뽑기 힘든 실정입니다. 그동안은 주식 등 보유자산 매각으로 근근히 버텨왔지만 앞으로 이런 식으로 계속 버티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기존 개발금융업무뿐 아니라 투자은행업무를 신규로 개척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으로 수익을 내서 국책은행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 기아자동차 처리 문제로 고생하셨는데 입찰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보가 유출되고 1, 2차입찰이 유찰되면서 구조조정도 늦어지고 대외신인도도 하락했다고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3차입찰까지 왔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끼리 의견조율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수많은 기관의 이해가 얽혀있는데 한번에 낙찰됐으면 이해당사자들이 쉽사리 승복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하긴 포드도 자기 회사가 낙찰이 안돼서 유감일뿐 과정에는 승복한다고 했지요. 채권단이 입찰결과를 수용하긴 했지만 적지않은 손실이 예상되는데요. ▲입찰의 제1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신속성을 철저히 지키는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3차까지 가면서 공정성, 투명성을 지켰기 때문에 외국 자동차회사도 동의한 것이라고 봅니다. 채권단과 관련, 기아의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이라는 점이고 이번 입찰결과가 공정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정당한 가격으로 매각하게 됐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에 채권단들이 입찰결과를 받아들였다고 봅니다. 문제는 2금융권이 어렵다는 점인데 정부당국에서도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 2차 입찰때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고 3차 입찰까지 오는 바람에 채권단의 손실규모가 더 커졌다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입찰과정을 정확하게 공개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1차나 2차때 응찰자들이 요구한 부채감면규모가 사실 3차입찰결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부대조건을 다 따지면 실제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3차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응찰자가 탕감액을 써내는 방법을 썼는데 그것때문에 큰 손해를 본 것은 없습니다. -산업은행이 작년에도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데 외자부담이 많은 산업은행 경영에 큰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수지상황이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중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상당히 고민스럽습니다. 사실 금년에도 큰 금액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참 걱정스럽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가 살펴보면 「산업은행은 우리 경제의 축소판」이기 때문입니다. 개발기에 7~8년 짜리 중장기 대출을 해줬다가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실이 늘어나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커서 액수는 크지만 부실비율은 시중은행중 중간수준 정도입니다. 부실채권 규모가 6월말 현재 5조가 넘지만 담보가 많아 받을 것도 꽤 있습니다. 적자는 어쩔 수 없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빨리 클린뱅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죠. 부실채권의 자체정리 및 성업공사 매각, 워크아웃 작업을 추진해야죠. 부실채권중 대부분이 법정관리와 화의에 들어가 있는 것이어서 경기가 회복되면 정상채권이 될 수 있는 것도 적지않습니다. 이미 확정된 3조원의 증자외에 재경부에 1조7,000억원을 더 증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추가 증자로 BIS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대규모 감자(減資)도 정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출자를 할 경우 감자와 함께 해당기관의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했다고 하지만 외부 평가는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는 것같지 않은데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력 및 조직감축은 우리 은행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은행과 비교할 수도 없고 여론에 밀려서 인원을 감축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과도 다릅니다. 국민의식, 기업 실태, 금융기법 등을 비교해야지, 자칫 잘못하면 금융위축을 가져옵니다. 산은은 수출입금융이나 중소기업지원, 구조조정기금외에도 SOC기금을 맡아서 해야 하고 투자은행업무도 해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인력을 늘려야 할 처지입니다. 그런데도 17%이상의 직원을 퇴직시키고 지점을 10개이상 줄였습니다. 그동안 점포 및 인력을 크게 늘려온 시중은행의 구조조정과 업무상 불가피한 인력만 유지해온 산업은행에 대해 같은 잣대로 인력감축비율 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더 구조조정을 하실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기업금융과 투자업무 분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내년부터 사업부제로 갈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직변경과 지점이 정리되면 당연히 뒤따른다고 봐야죠. 지금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놓았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닙니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관료사회 못지않게 관료적이면서 문턱이 높아 군림하는 금융기관으로 인식되어 온 측면이 있는데요. 취임당시와 6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경제개발기에 자금을 독점하면서 혜택을 베푼다는 권위적인 자세가 남아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관료적, 권위적 냄새가 나고 경쟁체제에 맞지 않는 자세가 있습니다. 지금은 고객만족이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닙니까. 경영혁신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바꿨습니다. 「총재가 바뀐후 산업은행이 많이 변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물론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지점순시를 나가면 극단적으로 표현해 「비굴할 정도로 친절해라」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금년만 지나면 시중은행보다 앞서가게 만들겠습니다. -산업은행의 신용등급이 정부보다 낮아져 외자조달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요즘 외국에서 산은을 보는 시각이 좀 나아졌습니까. ▲지금까지 산은은 정부와 기업의 대외창구역할을 해왔습니다. 산은의 외자조달금리가 한국물의 기준(벤치마킹)이었습니다. 현재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산은물이 어느 정도 금리수준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기업자금의 조달금리가 결정됩니다. 또 많은 기업들이 산은의 보증으로 외자를 조달하지 않습니까. 무디스, S&P 등이 산은의 신용등급을 정부보다 낮게 했는데 그것은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한다고 하지만 상황이 안 좋으면 안 해줄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한 작업은 계속할 계획입니다. 내년에 우선 정부보증으로 외자를 조달, 조달금리를 최대한 낮출 계획입니다. 최근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지 않습니까. 외국인이 확신을 가지면 외자조달금리도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봅니다.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연말이나 내년초에 대대적인 로드쇼도 하고 투자은행을 상대로 개별설득도 하면서 노력을 계속할 겁니다. 내년 외자조달에는 별 문제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정리=우승호·사진=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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