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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국토 맨끝 섬-독도·마라도·가거도 기행

저 먼 바다 작은 섬들, 날 잊지 말라하네



우리나라 최서남단 섬 가거도는 섬 주변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절벽과 바위들이 절경이다. 사진은 가거도 2구마을(항리)에서 바라본 서쪽 해안절벽. /서은영기자

마라도는 자연 뿐만 아니라 건축물도 아름다워 마치 한 편의 동화 속 세계와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왼쪽 건물이 성당이고, 오른쪽 건물은 마라도 등대. 가운데는 태양광발전 설비다.


김성도 독도리장은 서도의 3층 건물에서 부인 김신열씨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김씨는 “답답한 육지 보다 독도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리빙 앤 조이] 국토 맨끝 섬-독도·마라도·가거도 기행 저 먼 바다 작은 섬들, 날 잊지 말라하네 우리나라 최서남단 섬 가거도는 섬 주변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절벽과 바위들이 절경이다. 사진은 가거도 2구마을(항리)에서 바라본 서쪽 해안절벽. 마라도는 자연 뿐만 아니라 건축물도 아름다워 마치 한 편의 동화 속 세계와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왼쪽 건물이 성당이고, 오른쪽 건물은 마라도 등대. 가운데는 태양광발전 설비다. 김성도 독도리장은 서도의 3층 건물에서 부인 김신열씨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김씨는 “답답한 육지 보다 독도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반도와 부속 섬들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국토 끝은 당연히 섬이다. 이 중 우리나라 동쪽 끝 섬이 독도(獨島)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거리에 있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거의 해 마다 ‘다케시마’(竹島)를 주장하는 일본과 영유권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독도에는 일종의 ‘애국심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까지 중첩돼 있다. 이에 비해 남서쪽 끝 섬이 가거도(可居島)인 걸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154㎞ 떨어진 유인도(有人島)로 인구가 500명 가까이나 살고 있는 섬이다. 국토의 남쪽 끝 섬이 어디인지를 단언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워진다. ‘국제법상으로는 마라도(馬羅島)이지만 심정적으로는 이어도’라는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환상의 섬’ 이어도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과거 국토 끝에 외로이 떠 있는 이들 세 섬을 떠올리면 언제나 막연할 뿐이었다. 쉽게 가볼 수 없던 곳들이었기에 늘 실체보다는 이미지로만 가슴 속에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세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독도의 경우 2005년 1만9,760명이 섬에 들어갔지만 지난해에는 4만6,332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3만995명이 입도해 연말에는 지난해의 기록을 크게 앞설 전망이다. 마라도 역시 지난 2005년 20만6,691명이 관광했던 것이 올해는 상반기에만 11만9,698명이 다녀갔고, 가거도의 경우도 2005년 4,830명이 다녀갔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6,830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관광객의 수는 크게 증가했다. 다시 말해 국토 끝의 세 섬들, 늘 막연하기만 했던 섬들이 여행지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세 섬은 물론 육지에 있는 유명 관광지에 비교하면 쉽게 찾아가기 어렵다. 울릉도에서 87㎞ 떨어진 독도는 묵호나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배를 타고 가서, 다시 독도에 가는 배로 갈아타야 한다. 목포에서 154㎞ 떨어진 가거도에 가려면 는 목포항을 출발해 4시간 30분이나 배를 타야 하며, 마라도는 제주도 모슬포에서 25분 걸리는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세 섬의 아름다움은 가는 동안의 고생을 순식간에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천혜의 자연 외에 즐길 거리도 충분하다. 가거도에서는 산악 트레킹, 뱃놀이 등을 할 수 있고 마라도에서는 등대나 성당 등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고 바다낚시도 할 수 있다. 몇 해 전 TV 광고로 유명해 진 ‘자장면 시키신 분~’의 자장면 맛도 볼 수 있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국토의 끝자락이라는 의미를 지닌 특별한 여행지로 변신하고 있는 세 섬을 소개한다. 독도 가거도 마라도. 리빙앤조이팀이 이들 세 섬을 직접 찾아가 섬의 아름다움과 즐거움, 그리고 그 애틋한 외로움을 전한다. /리빙앤조이팀 저 먼 바다 작은 섬들 가거도 목포에서 서쪽으로 145km 6.25동란도 모르고 넘어가· 갯바위 곳곳에 낚시 포인트 철따라 다양한 어종 올라와 국토 최서남단 섬 가거도는 마라도, 독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나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촬영지가 되고 나서부터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 뱃길로 233㎞ 떨어져 있다. 수치로는 잘 와 닿지 않지만 이 곳 마을 사람들이 한국전쟁에 관한 기억이 전무한 것을 보면 이 섬의 물리적 거리를 짐작할 만 하다. 가거도에서 나고 자란 최호길(62) 씨는 "바다에서 놀고 있는데 저 멀리 하늘에서 공중전이 벌어진 거여. 뭍에 뭔 일이 났다 보다 그러고 말았제. 이북 사람들도 여기까지 사람이 살고 있는지는 몰랐겄지"라며 그 당시를 떠올린다. 목포항에서 4~5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다 보니 외지인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은 것은 당연한 얘기다. 배를 타는 것도 날이 좋을 때 얘기지 풍랑이 조금만 일어도 배가 뜨지 못 할 때가 많다. 배 멀미가 심한 이들은 '돌 때 먹은 떡까지 뱉어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하지만 가거도는 이 같은 고생을 무릅쓰고 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때 묻지 않은 여행지를 찾는 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잘 알려진 홍도, 흑산도와는 사뭇 다른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배가 1구마을(대리) 선착장에 들어서면 용달차들이 방파제를 따라 쭉 늘어서 손님을 맞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택시가 없다 보니 용달차가 대중교통 역할을 한다. 민박집에 예약을 하면 용달차가 마중을 나오고 머무는 내내 차를 태워주기도 한다. 민박집 대부분이 뱃일을 겸하다 보니 일정 요금을 지불하면 낚싯배로 좋은 낚시 포인트에 데려다 준다. 가거도는 섬 주변을 따라 펼쳐지는 가파른 해안절벽이 절경이라 배를 타고 돌아봐야 한다.하지만 아직 관광지로 개발이 되지 않은 터라 유람선이 없다. 대신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려 타야 한다. 보통 인원수에 관계 없이 20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2시간 정도 구경을 할 수 있는데 10여명이 그룹을 지어 타는 것이 현명하다. 배를 타고 돌아볼 때 가거도 8경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있다. 선착장에서 바로 보이는 독실산, 회룡산, 장군바위 외에 기둥바위나 망부석, 망향바위, 해상터널 등은 모두 배를 타고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배를 탈 때 해녀를 불러달라고 하면 7만5,000원을 지불하고 갓 잡은 홍합, 굴, 소라 등을 즉석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 직접 낚시를 해보는 것도 좋다. 가거도는 우리나라 5대 갯바위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낚시 마니아들 중엔 일년에 한 번은 이 곳을 방문해 고기가 낚이는 그 찌릿한 손맛을 봐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계절별로 여름엔 농어, 돌돔을 볼 수 있고, 11월말부터 3월초까지는 감성돔도 쉽게 잡을 수 있다. 6~9월 사이에는 2구마을(항리)쪽 선착장 주변으로 날치가 다니는 물길이 있어 날치잡이 체험도 할 수 있다. /가거도=글ㆍ사진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마라도 제주 모슬포서 뱃길로 25분 그림 같이 예쁜 섬에 등대·성당·미니학교와 서로 원조 우기는 중국집 3곳 마라도(馬羅島)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것 말고는 거의 알려진 게 없는 섬이다. 그러나 한민족이 터를 잡은 땅의 제일 아랫쪽에 홀로 떠있는 외로운 섬이라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감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북위 33도 6분 33초, 동경 126도 11분 3초. 국토의 최남단에 떠 있는 섬, 면적은 0.3㎢, 인구는 약 90명. 해안선 길이 4.2㎞, 가장 높은 곳의 고도는 39m. 행정상으로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 제주도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 거리다. 이상의 것들이 마라도를 설명하는 객관적인 팩트(fact)들이지만, 마라도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는 순간 이런 정보들은 일순간 필요 없는 것들이 돼 버린다. 푸른 천연잔디로 덮인 작은 섬의 정취는 한국에서 가장 남쪽 땅을 밟았다는 생각과 어울려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다. 마라도는 한 때 어떤 이동통신 회사의 TV 광고에 등장하면서 갑자기 유명해지기도 했다. 당시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대사는 세간의 화제가 되며 마라도까지 함께 유명해지게 만들었다. 지금도 마라도에는 자장면 집이 3곳이나 되며, 서로가 원조임을 주장하며 경합하고 있다. 이곳을 들르는 관광객들도 어지간하면 자장면 맛을 보고 간다. 마라도는 원래 무인도였다. 그러다가 1883년 한 제주 사람이 제주목사로부터 개간 허가를 받아 마라도에 들어간 뒤부터 사람이 살게 됐다고 하는데 여기에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마라도를 개간하러 온 사람은 어느 달밤 외로움을 달래려 피리를 불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고 뱀이 몰려들었다. 이 사람은 이튿날 개간도 쉽게 할 겸, 뱀도 쫓을 겸 섬에 불을 놓았다. 울창했던 숲이 다 타버리고 놀란 뱀들이 바다로 뛰어내린 뒤 아직까지도 섬에서 나무와 뱀이 살지 않게 됐다." 마라도 인근의 가파도(加波島)는 지금도 숲이 울창한데다 뱀이 유독 많아 초등학생들도 뱀을 무서워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저 전설이려니 하기엔 꽤나 그럴듯한 얘기로 들린다. 마라도에는 나무와 뱀 말고도 없는 게 또 있다. 바로 샘물이다. 옛날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 마셨고 요즘도 집집마다 지하 빗물 저장 탱크를 두고 있다. 주민들은 빗물과 함께 바닷물 담수화설비로 만든 물을 생활용수로 이용한다. 마라도 여행은 제주도의 모슬포나 송악산 옆 항구에서 시작한다. 모슬포에서는 하루 4번 오가는 정기 여객선이 다니며 송악산 옆 항구에서는 유람선이 다닌다. 옛날에도 가파도와 마라도 주민들은 모슬포에서 배를 타고 다녔는데, 어려웠던 시절 두 섬 주민들은 제주도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뱃삯을 치른 뒤 갚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모슬포에는 '가파도와 마라도 사람들은 (돈을) 갚아도 그만, 말아도 그만'이라는 우스개가 아직도 전해진다. 배를 타고 25분을 달려 도착한 마라도. 선착장에서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동화 같은 세계가 펼쳐진다. 푸른 잔디밭 위에 띄엄띄엄 서 있는 모든 건축물들이 예쁘고 소박해 마치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작은 성당, 등대, 재학생이 한 명밖에 없는 학교(마라분교), 초콜릿 박물관 등을 만날 수 있다. 마라도는 걸어서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걸어서 즐겨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지만 나무 그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더운 날에는 선착장에서 1시간에 2만~2만5,000원을 받고 빌려주는 골프 카트를 이용하면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 /마라도=글ㆍ사진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독도 올부터 입도 인원 크게 늘어 하루 최고 1,880명까지 가능 성수기엔 배편 日2회 있지만 접안 여부는 하늘에 맡겨야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 밤엔 잘 잤느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 보자 같이 가 보자 '홀로아리랑'은 가수 한돌이 국토의 막내 독도를 노래한 곡이다. 독도는 우리 영토지만 '홀로섬'이란 가사 처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섬은 아니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입도(入島)인원은 겨우 470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응조치 등으로 지난 1월부터 1,880명으로 늘어났다. 1,880명의 산출 근거는 여객선 하선 인원 470명에, 하루 최대 4번 접안 했을 경우 나오는 숫자로 실사단이 직접 독도를 방문해 수용 여부를 실측을 해 결정한 것이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삼봉호ㆍ한겨레호ㆍ씨플라워호 등이 오가는데, 성수기 외에는 모두 비정기 운항을 한다. 운항방식은 예약인원을 파악해서 그때 그때 운행하는데 성수기인 3~11월에는 하루 두 차례 정기적으로 오간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겨레호는 1시간, 삼봉호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여객선이 독도에 접안해 머무는 시간은 20~25분에 불과하지만, 독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24일에도 여객선은 뱃속 가득 머금었던 사람들을 한 몫에 토해냈고, 배에서 내려 선착장에 머물던 사람들은 잠깐 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배에 올랐다. 하지만 독도 상륙이 항상 이 날 처럼 수월한 것은 아니다. 겨울철엔 선박의 접안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파도가 높은 날이 많은데 통계를 내보면 연중 접안 확률이 50%안팎에 머물 정도다. 이와 관련 울릉군 관계자는 "독도 접안은 바람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파도가 잔잔해도 접안이 안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파도가 높아도 접안이 가능한 날이 있다"며"풍향에 따라 동도와 서도가 바람을 막으면 파도가 낮아 접안할 수 있는 반면, 동도와 서도 사이로 바람이 불면 접안시설 앞에 파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접안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해역이지만, 독도는 최근까지 물고기 떼가 버글대는 어장이었다. 일본은 1903년 발행한 '수산어보'에서 독도의 수산자원과 관련 "독도해역은 물반 고기반인 황금 어장"이라고 기록했을 정도다. 독도리장 김성도씨도(67)도 "6.25직전까지만 해도 독도는 정어리, 오징어를 따라 온 물개들이 버글버글했다"고 회고 했다. 독도 주민으로 유명해진 김씨 집은 3층 건물로 서도에 있는데 1층에는 기계실, 2층은 담수화 설비가 있고 김씨는 방이 4개 있는 3층에 거주한다. 김씨는 "태풍이 한 번 불면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기 일쑤"라며"그래도 집엔 방수시설이 돼있어서 웬만한 파도는 걱정 없다"고 말했다. 독도 관광에서 아쉬운 점은 편의시설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상륙을 해도 햇볕을 가릴 만한 그늘이 없고, 체류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를 감안해도 국토의 동쪽 끝 '홀로섬'을 방문한 여운은 오래 토록 가시질 않는다. 관광은 한겨레호와 씨플라워호를 운항하는 대아고속과 삼봉호를 운행하는 독도해운을 통해 표를 예매하면 일반인도 가능하다. /독도=글ㆍ사진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마라도 보다 남쪽엔 이어도가 있다구요!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섬. 제주도 사람들이 풍요의 상징이자 죽은 뒤의 이상향으로 여겼던 섬은 어디일까. 바로 이어도다. 본래 이어도는 전설의 섬이자 환상 속의 섬이었다. 그러나 1900년 영국 상선이 그 존재를 처음 발견했고,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인 탐사가 이뤄져 현재는 이어도의 실체가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한국의 최남단 섬은 마라도가 아니라 이어도가 맞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고 지난해에는 중국이 이어도에 대한 한국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적도 있었다.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남쪽으로 152㎞ 떨어져 있으며 중국령 퉁타오(童島)에서는 245㎞, 일본 나가사키현 도리시마(鳥島)에서는 276㎞ 거리에 있어 향후 해상 교통의 거점이 될 수도 있는 위치다. 이어도가 오랜 시간 환상의 섬이었던 이유는 섬이라기보다 수중 암초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부분이 수면 아래 4.6m에 잠겨있어 파도가 셀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도에는 이어도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 해녀가 물질을 하다 풍랑을 만나 한참을 떠내려가던 중 갑자기 발에 땅이 닿은 곳을 만나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 곳이 바로 이어도였다. 한라산 산신령은 해녀를 다시 제주도로 되돌아가게 해주었고, 그 뒤부터 이 해녀는 물질만 들어가면 바구니를 가득 채워서 나오게 됐다. 이 전설 때문에 제주도 사람들은 이어도를 풍요의 상징으로 여기게 됐다. 이어도는 뱃일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자식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의 해녀들은 자신들이 죽으면 이어도에 가서 남편과 자식을 만난 뒤 고난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제주도에 내려오는 옛 노래에는 이어도 얘기가 반드시 들어간다. 노 젓는 소리든 농사 노래든 풍요와 만남의 이상향인 ‘이어도’로 시작해 ‘이어도’로 후렴한다. 육지에도 잘 알려진 노래 ‘이어도 사나’가 대표적이다. 마라도 남쪽 국토 최남단 비(碑) 옆에는 남쪽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마라도에 들렀다면 이 벤치에 앉아 이어도를 잠시 떠올려 보자. 제주도 사람들의 희망과 한이 느껴질 듯한 기분이 든다. 울릉군수, 독도리장 우현석 독도에 가려고 울릉도를 찾은 지난 23일 밤, 정윤열 군수(66)가 일행을 맞았습니다. 정군수는 수인사를 나눌 때 부터 헤어질 때 까지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경상도 사투리로 울릉도와 독도 이야기만 쉴새 없이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기자들이 취재협조를 구하자 누구인지 아주 친한 듯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농반진반 섞은 막말로 청(請)을 했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야, 성도야 내(나)다. 내일 기자 선생들 독도 간다. 설명 잘 해드리고 네 배로 섬 한 바퀴 돌아서 구경 시켜드려 다고.” 정군수가 전화를 한 사람은 독도리장 김성도(67)씨입니다. 기자들이 “왜 이장에게 말을 놓느냐”고 묻자 정군수는 “김이장과 어릴 적부터 친구사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울릉도에서 태어난 한 살 터울로 60년 지기입니다. 정군수는 “독도리에 주민이 이장 부부 밖에 없지만 생활보조금 80만원과 이장 수당 20만원은 다른 곳과 똑 같이 지급한다”고 생색을 냈습니다. 다음 날 독도를 찾아 만난 김성도 이장은 독도에 산지 40년이 되는 분입니다. 김이장은 “아버지는 경주 사람인데 하필이면 왜 날 울릉도에 낳아 갇혀 살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면서도 “뭍에 나가면 독도에 사는 것 보다 더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월남 참전용사 출신인 김이장은 “독도에 살면서 장가는 어떻게 가셨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할마시(할머니)는 물질 하러 온 해녀였는데 내가 낚아 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김이장은 “독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가전제품이 다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다”며“다만 하루 종일 발전기를 돌리면 기름 70ℓ를 쓰는데 기름 값이 너무 비싸서 필요할 때만 돌린다”고 말했습니다. 김이장은 “생활보조금 80만원과 이장수당 20만원 등 100만원으로 한 달 생활비가 모자라 고기를 잡아 판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군수와 김이장은 막역한 친구 사이지만 돈을 주고 받는 관계에선 입장 차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김이장은 슬하에 1남2녀가 있지만 모두 육지에 살고 있어서 얼굴을 본 지 한참 됐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자녀들이 독도에 왔었지만 파도가 높아 배를 대지 못해 그냥 돌아갔습니다. 기자들이 “관광객이 많이 오니까 좋으냐?”고 묻자 김이장은 “내가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생활이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며“그냥 끌려 다니면서 사진만 많이 찍는다”고 했습니다. 국토의 동쪽 끝 바다 한 복판에는 ‘홀로섬’을 지키며 나이가 들어가는 오래된 친구 둘이 살고 있었윱求? 입력시간 : 2007/08/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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