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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로맨스 영화, 옛날것이 좋다

'짧은만남' '자, 항해자여'등 순수함 넘쳐


2월은 연인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있는 달이어서 극장에 로맨스 영화가 많이 나오고 또 TV에서는 추억의 러브 스토리를 방영한다. 흘러간 로맨스 영화 중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두 편의 영화는 데이빗 린이 감독한 '짧은 만남'(Brief Encounter)과 눈이 큰 베티 데이비스가 주연한 '자, 항해자여'(사진, Now, Voyager)다. '짧은 만남'은 어느 목요일 영국의 한 작은 도시 기차역 찻집에서 우연히 만난 두 기혼 남녀가 매주 목요일마다 이 도시에서 밀회를 한 뒤 각자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소품이다. 두 주연 배우 트레버 하워드와 실리아 존슨이 너무나 배우 같지 않게 생겨 그들의 못 이룰 사랑이 더욱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만든다. 특히 영화에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 제2악장의 감미로우면서도 우수가 깃든 주제가 계속 흐르면서 두 중년 연인의 이별을 부추기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효과적으로 쓰여진 또 다른 연애 영화가 '수퍼맨' 출신의 고(故)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한 '시간을 너머 어느 곳에'(Somewhere in Time)이다. 젊은 남자가 사망한 여배우의 초상화에 반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 이 여인과 사랑을 나누다가 결국 상사병으로 죽는 감상적인 내용이다. 여기서도 라흐마니노프의 로맨틱한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가 영화 전편을 휘어 감는다. 그의 어둡고 감정적인 음악은 이렇게 연애 영화에 잘 어울린다. '자, 항해자여'는 강압적인 홀 어머니 밑에서 자라 주눅이 든 노처녀가 정신과 의사의 권유대로 유람선을 타고 항해를 하던 중 배에서 만난 유부남과 사랑을 하게 되면서 백합처럼 활짝 피어나고 이 이루지 못할 사랑을 곱게 간직한다는 우아한 작품이다. 그런데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이 없다고 영화 속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히 변질된 것 같다. 옛날 연애 영화는 로맨스 영화였지만 요즘은 로맨스가 섹스로 대치됐다. 남녀 둘이 만나자마자 침대로 뛰어들고 있다. 또 옛날 로맨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를 빼곤 옷을 안 벗었으나 요즘에는 얘기와 아무 상관없이 툭하면 발가벗는다. 언젠가 한국서 온 한 영화인이 한국 사람들은 특히 여자가 옷을 벗지 않으면 영화를 잘 안 본다고 한탄조로 말한 것이 기억 난다. 그래서 연애 영화도 옛날 것이 요즘 것보다 훨씬 더 로맨틱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명작 로맨스 영화치고 해피엔딩이 거의 없다. 해피엔딩으로 언뜻 생각나는 것이 모두 오드리 헵번이 나온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과 '하오의 연정'(Love in the Afternoon) 2편 정도다. 사랑은 결코 '그리고 그들은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노라'라는 동화적 본질을 지니지 못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좋은 연애 영화의 연인들은 전부 죽거나 아니면 헤어지게 마련이다. 사랑은 죽어서야만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준 두 10대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러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와 달리 유일하게 영화에서 두 주인공으로 원작대로 10대 배우를 쓴 것이 프랑코 제피렐리가 감독한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이다. 당시 각기 17세와 15세였던 레너드 와이팅과 올리비아 허시가 진짜 아이들처럼 사랑에 웃고 울고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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