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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살리기와 세계축제
입력2004-01-26 00:00:00
수정
2004.01.26 00:00:00
지난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WTO 각료회의는 많은 상처를 남긴채 협상이 결렬되었다. 협상시한이 2005년 1월1일로 1년 여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주요 분야의 협상세부원칙(Modality)이 마련되지 않아 시한 내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라고 한다.
이러한 제5차 WTO 각료회의 협상 결렬이 국내 농업개방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수개월의 시간만 벌었을 뿐 농업개방은 사실상 합의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한다.
이처럼 날로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농업의 산업화 및 개방화는 자국 농업의 일방적인 보호만으로는 그 기반 자체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최근 정부에서 한렬Ⅷ?FTA 비준을 앞두고 향후 10년간 119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농지의 소유 및 이용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 역시 국내 농업구조조정을 앞당겨 불가피한 농업개방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라 하겠다.
FTA, WTO 등 시장개방으로 농수산물의 대거 유입에 직면한 현 시점에서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재정 지원 등이 매우 필요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국내 농업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위한 노력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경쟁촉진으로서의 농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비교 우위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 가공산업의 육성을 통한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우리만의 국가적 특용작물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 그 것이다.
특히나 특용작물의 발굴 육성은 소농중심의 낙후된 국내 농업기반을 감안한다면 국내 농업의 자체 경쟁력이라는 측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친환경, 기능성 상품으로서의 특용작물 육성이 내수 시장에서의 우위 확보는 물론 체계적인 기계화를 적용할 수 있어 생산비 절감을 통한 세계적 상품화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최소한의 수입 억제효과와 외화 획득 기회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과 산업계만이 아니라 학계와 정부의 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학계에서는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우리 농산물의 산업화와 세계화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
정부도 다양한 농업 정책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우리 농산물의 세계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일례로, 세계 많은 국가들이 축제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의 삼바축제, 독일의 호프축제,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그리고 프랑스의 망통 레몬축제, 이탈리아의 와인축제, 인도의 푸시카르 낙타축제 등이 있다.
각국의 많은 축제들은 지역민의 유대강화와 문화자산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국가기관이 앞장서 저마다 지방의 특산 작물들을 세상에 알리고 상품화하면서 전통놀이문화로 승화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 역시 우리에겐 의미심장하다. 이 중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휴양도시인 망통은 레몬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으로서 지역 특산물을 축제의 소재로 삼아 세계적인 이색축제로 자리잡은 예이다.
인도의 푸시카르 낙타축제 역시 푸시카르 호수에서 목욕을 함으로써 죄를 씻는다는 종교적 의미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전국의 낙타를 사고 팔기 위해 형성된 우리나라의 5일장과 유사한 성격의 축제로서 지방도시의 특산물을 소재로 삼아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경우라 하겠다.
그러나 전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인 이탈리아의 와인축제는 국가적 홍보가 미흡하여 프랑스 보르독스의 와인축제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축제의 경우 국가기관이 앞장서 지역의 특산물을 축제의 주요한 소재로 활용하여 경제적 이익과도 접목시키는 문화적 행사로 발전시켰다.
우리에게 있어서도 밀양 백중놀이, 봉산탈춤 등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축제가 많이 있지만 경제적 이익과 접목하여 생활 속의 축제로 자리잡은 예는 흔치 않다.
농업개방에 대응하여 특용작물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품종개발과 효능에 대한 연구 못지않게 이를 홍보하고 경제,문화적으로 승화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축제는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함께 연계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며, 특용작물을 세계화시키는 주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농업시장 개방은 이제 농민만의 몫도, 정부의 정책에 의지하여 대응해야만 하는 사안도 아니다. 학계와 산업계, 관, 농이 함께 협력하여 우리만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특용작물을 발굴하고 이를 학술적,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담아내는 활동으로 이끌어 냈을 때, 국내 농업이 자체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조운호 웅진식품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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