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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인재육성
입력2002-07-03 00:00:00
수정
2002.07.03 00:00:00
지금이야 '메이드 인 재팬'이 유명제품과 동격으로 쓰이지만 2차 대전 직후에는 싸구려 제품의 대명사로 인식된 적이 있었다. 어느 영화에서 조난자를 구출하기 위해 내던진 밧줄이 끊어지자 "젠장., 일제구만"이라는 대화가 등장할 정도였다.
이런 일본제품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기업이 바로 소니다. 세계인들은 '소니, 즉 혁신'이라는 등식에 경악하며 동화됐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소니의 혁신은 기술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재등용까지도 철저히 개성과 창의에 바탕을 뒀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12년간 소니 사장을 지낸 오가 노리 명예 회장이다. 소니는 경영과는 거리가 먼 성악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간 그를 9년간이나 설득한 끝에 본부장 자리를 맡기는 파격을 보였다.
경영진이나 직원들의 반발 또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오가 노리가 없었다면 현재의 소니도 없었다는 평가를 듣는걸 보면 그의 경영자적 자질은 한 세대를 앞서간 게 분명하다.
오가 노리 역시 후계자를 발탁할 때 또 한번 일본을 뒤흔든다. 서열 14위인 이데이 노부유키를 CEO에 전격 임명한 것이다.
일견 깜짝쇼 처럼 보여지는 이런 파격적 인재등용은 학력불문ㆍ서열파괴ㆍ전공무시와 함께 개성발굴ㆍ창의존중 등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이 주도 면밀하게 작용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례는 경영학에 수도 없이 많이 등장하지만 우리 온 국민이 전기에 감전 된 듯이 느낀 분명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아직도 우리들 가슴을 뜨겁게 달궈놓고 있는 월드컵 4강 진출도 히딩크 감독의 철저한 기본기 훈련과 과감한 실력위주 선발이 그 뒷받침이 됐음은 이미 귀에 닳도록 들었던 터이다.
필자가 CEO로 임명된 후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우선적으로 인재원(연수원)을 은행장 직속으로 둔 것이나 인재원 예산을 전년보다 3배나 늘린 것이나 국내외 유명대학 MBA과정에 대규모 직원을 파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인재육성과 관련해서 가장 공감하는 말은 이른바 '콩나물 재배론'이다. 콩나물을 키울 때 붓는 물이 낭비 같아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콩나물은 쑥쑥 자라나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먼 훗날 필자가 CEO로 재직하는 동안 육성한 은행 인재들이 각기 맡은 분야에서 약진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기만 하다.
/홍석주<조흥은행 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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