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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신용평가와 명당

외상으로 물건을 달라는 손님과 외상으로는 못팔겠다는 장사치의 실랑이가 아침부터 시작되어 해가 넘어갈때까지 계속되고 있다. 마침내 손님이 그렇다면 내 이름을 걸겠다고 말한다. 그 말은 기다렸다는 듯이 장사치는 선선히 물건을 내준다. 이름석자가 외상의 담보가 된것이다. 옛날 중국의 장사가 그랬다한다. 이름을 걸지않은 외상은 떼먹을수도 있으나 일단 이름석자를 건 외상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갚는다는 신용이 확립되어 있던것이다. 지금 화상(華商)의 활약이 눈부시다. 세계 어느곳에나 화상의 뿌리는 닿아있다. 화상의 활약이 날로 번창하는 것은 중국사람 특유의 상부상조에 힘입고 있다한다. 그 상부상조의 근간은 신용이다. 그것도 제3자의 보증이 아닌 개인간의 신용에 토대를 두고있다한다. 옛날 중국의 전통이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신용은 두말할 것도 없이 오늘에 있어서도 경제질서의 기본이 되고 있다. 신용이 무너지면 곧 공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신용질서를 유지하기위해 이중삼중의 보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겹겹의 보장장치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신용은 옛날 중국 장터의 신용보다 견고하지 못하다. 견고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는 모래성처럼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사람들은 늘상 신용불안의 위험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 신용불안을 밥벌이로 삼는 틈새 산업이 이른바 신용평가업이다.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대상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이 이들의 주업이다. 장사도 꽤 잘되는 모양이다. 잘되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의 무수한 투자자들이 이들 신용평가사의 붓대 끝에서 춤을 추고 있다. 심지어 이들이 위험한 기업·국가라고 판정하기만하면 멀쩡하던 기업·국가도 위험해지고 만다. 알뜰하게도 여러 단계의 등급까지 매겨 그 등급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평가사가 더러 횡포를 부리고 있으며 이들의 신용평가 또한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하긴 이런 비판에 귀 귀울이기 이전에 명당자리가 믿을것이 못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용평가도 처음부터 믿을것이 못된다. 진짜 명당이라면 지관(地官)이 제 조상의 묘로 삼지 왜 남에게 가르쳐 주겠는가. 마찬가지로 신용평가가 확실하다면 그 자체가 큰 돈과 마찬가지인데 왜 푼돈 받고 남에게 팔겠는가. 그러나 명당 찾는 사람이 많은것과 마찬가지로 신용평가사의 말을 무조건 믿는 사람이 많은것도 현실이니 이를 어찌 할꼬. 鄭泰成(언론인)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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