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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유로화의 종착역, 파멸인가 회생인가

■ 유로화의 종말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 골든북미디어 펴냄)


2009년 말에 그리스의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유럽의 지도자들은 유로존(Euro Zone)의 위기를 부인했다. 그들은 헤지펀드와 개인 투기꾼들, 신용평가기관들, 투자은행에 책임을 돌렸다. 그들은 유로존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주장대로 과연 유로존 위기의 원인은 '약소국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야만적인 이리 떼'라고 비난 받는 금융 투기꾼에게 있을까?

벨기에의 대표적인 경제 주간지 '트렌드'(Trends)의 편집장인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는 '유로화의 종말'에서 유로존과 유로화의 탄생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유럽의 정치, 경제 통합 프로젝트에 내재된 근본적인 모순과 갈등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책의 제1장에서는 유로화의 탄생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부터 소개한다. 20세기에 유럽은 두 차례의 전쟁으로 초토화됐다. 그러자 전후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은 또 다른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 통합을 모색했다. 1957년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도 유럽 통합의 일환으로 단일화폐를 통한 경제동맹을 이뤄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EEC의 후신이 바로 현재의 유럽연합(EC)이다.

91년 겨울,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이 마침내 체결됐다. 이는 99년에 서유럽 11개 국가 간의 통화연맹으로 이끄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발판으로 유로화가 유럽연합의 단일통화가 되었고,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은 유럽연합의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중앙은행이 됐다.

그러나 유럽 엘리트 정치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유럽통화연맹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초대형 위기가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유럽통화연맹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조약과 협약들, 그리고 정치적 합의 내용들은 유럽통화연맹의 내외적 불균형을 잘 보여준다. 물론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동맹이 순조롭게 기능하도록 만들지 못한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와 포르투갈, 잠재적인 위험 국가인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의 경제 현황을 분석하고, 유로존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여기서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세 가지이다.

▦예전과 같은 방법(More of the Same, MOS) ▦시스템을 버리는 방법(Throwing out the System, TOS)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방법(Rebuilding of the System, ROS)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유로존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독일 고위 관료들은 공식적으로 유로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미 독일의 여론은 유럽통화연맹과 유로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섰으며 일부는 적대적이다. 통화 안정을 추구하는 독일의 뿌리 깊은 문화는 유로존과 중앙은행의 운용 방식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독일의 선택이다. 과연 독일은 유로화를 사수할 것인가? 플러그를 뽑고 유로화의 종말을 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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