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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코넥스 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특성상 좋은 실적을 내기까지 투자기간이 길어 코스닥시장으로 바로 진입할 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코넥스시장에서 기술성과 성장성을 평가받는 이들 업체가 코스닥시장으로 이전할 경우 거래 증가를 수반하며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랩지노믹스·하이로닉·아이진 등 코넥스 바이오 업체 대표들은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거래소와 한국IR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코넥스시장 상장법인 합동IR'에서 이르면 올해 안에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가겠다고 말했다.
코넥스 바이오 업체들은 코넥스시장 상장으로 인지도 상승, 자금 조달 등 회사가 성장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았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부진하고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으로 이전하는 게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다.
암·유전질환 등 유전자 진단검사 사업을 하는 랩지노믹스는 올해부터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코넥스 시장의 거래가 부진해 코스닥행을 결정했다.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는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후 정부나 민간에서 투자를 받는 바이오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코넥스시장은 여전히 거래량이 부족해 지난해보다 올해는 매출규모가 40%나 늘어나는데도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까지는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랩지노믹스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에 기반한 산전기형아 선별검사(NIPT) 기술과 현장용 분자진단 검사기기(POCT), 감염성 성병을 진단할 수 있는 'DNA칩' 등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해외부터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진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로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170억원)보다 40% 증가하고 영업이익률도 두자릿수로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부·비만 관련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하이로닉 역시 올 하반기 코스닥 이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진우 하이로닉 대표는 "코넥스시장 1호 상장 기업이라는 타이틀 덕에 병원 의사들이 장비를 구매할 때 신뢰하는 부분이 커졌고 외국인 자금 유치까지 가능해지는 등 이로운 점이 많았다"면서 "다만 제품 개발과 해외 영업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 더욱 용이하도록 올 하반기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로닉은 올 하반기 여드름 치료기기를 출시하고 해외 대리점 발굴을 통해 해외 매출을 늘려 올해 200억원의 매출액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는 1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이로닉은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기도 하다.
당뇨망막증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해 다국적 제약사에 라이선스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아이진 역시 기술 특례로 올 하반기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는 구상이다. 유원일 아이진 대표는 "현재까지 적자구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넥스시장에 진입할 때 기술력은 이미 인정받았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3개의 치료제가 임상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 치료제들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는 시점인 내년이나 내후년쯤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오 업체들로서는 코넥스시장은 아주 유용한 시장이다. 실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보여줄 수 없는 기간에도 자금조달, 이미지 쇄신 등 코스닥 상장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넥스 상장 바이오 업체들의 기술력은 업계에서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업체들과 견줘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들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코스닥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코넥스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한다면 상당히 좋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 업체들의 경우 기술력을 개인 투자자들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반에는 눈에 보이는 실적이나 성장률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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