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삼성그룹주 주가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앞으로 기업 가치 상승이 전망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자의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는 결과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삼성그룹에서 촉발된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퍼질 것인지다. 전문가들은 "재계에서 차지하는 삼성그룹의 절대적인 비중을 고려하면 최근 물밑에서 이뤄지는 지주체제로의 전환 작업은 다른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예측하고 관련 수혜주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수혜주 열풍=지주사 전환이 유력한 삼성그룹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이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사업부문과 지주회사로 나뉘고 삼성생명이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들 종목은 공교롭게 이 회장이 심장 수술로 입원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3% 안팎으로 올랐다. 이들 계열사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악재가 될 수도 있었던 이 회장의 건강 악화 소식을 누른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로 복귀한 외국인도 삼성그룹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일 만큼 지배구조 개편은 투자자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배구조 이슈 삼성→현대로?…현대글로비스 주목=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불거진 후 시장의 눈은 현대차그룹에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자 3세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가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32%를 보유한 1대 주주다. 현대모비스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여 실탄을 마련한 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된 순환출자를 끊고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의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인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올해 초 대비 12.69%, 6.63% 오른 상태다.
◇SK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SK C&C, 한진그룹 지배구조 수혜주 한진 주목=3세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는 삼성·현대그룹과 성격은 다르지만 SK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관련돼 있다. 현재 SK그룹의 지주회사는 ㈜SK지만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은 지분 31.8%를 보유한 SK C&C가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지분율은 0.02%에 불과하다. 하지만 SK C&C의 지분은 38%에 달한다. SK C&C가 SK를 통해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SK C&C는 시장에서 끊임없이 SK와의 합병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SK C&C가 사실상 그룹의 지주 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SK와 합병하거나 SK C&C의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는 두 방법밖에 없다"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SK C&C가 수혜주로 꼽히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말했다. SK C&C의 이날 종가 기준 주가는 16만4,500원으로 연초 대비 25.10% 뛰었다. 이밖에 한진 역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혜를 볼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지분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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