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금융권 곳곳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간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줄어든 이익을 상쇄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비용 절감의 가장 손쉬운 대안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노사가 희망퇴직 프로그램 도입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근속 20년 이상 직원 중 희망자에 한해 매년 12월1일자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퇴직위로금으로 평균 임금 20개월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희망퇴직 도입 안건을 노조에 지난 2월 말 전달했으며 이후 노사 대립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려면 '항아리형'의 기형적 인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화생명의 일반직 과장 이상 인력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데 이는 업계 평균(5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노조는 사측이 경영상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과 26일에 차례로 열린 대책회의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노조는 사측이 대규모 특채를 시행해 인력 구조 왜곡에 일조했으면서도 일방적으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은행권에선 씨티은행이 2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씨티은행은 최근 노조 측에 회사 경영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노조는 점포 축소 및 인력 감축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07년 123명, 2008년과 2012년에 각각 299명, 199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금융권은 이미 지난해 말 구조조정 이슈로 홍역을 치렀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특별퇴직을 통해 200여명을 떠나보냈다.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했다.
신한카드는 부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90명을 내보냈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해 말 실시한 희망퇴직에는 201명의 직원이 참여했고 한화손해보험과 하나생명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팀장급과 부장급에 많은 인원이 몰린 국민은행은 간부급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늘 제기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이익 감소를 대비하기 위해 금융사가 택할 수 있는 손쉽고도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금융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구조조정 이슈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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