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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農心

햅쌀 출하 앞두고 쌀값 '곤두박질'… "농사 지어서 뭐하나" 논 갈아엎어

"자식 같은 (벼가 있는) 논바닥을 뒤엎는데 마음이 좋을 리 있소. 농사를 지어도 매년 적자인 농부의 심정을 누가 알겠소." 농민들은 요즘 벼 수확을 앞두고 풍년에 대한 기쁨보다 쌀값 급락 소식에 울화가 치밀어 밤잠을 설친다. 재고 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다 본격적인 햅쌀 출하를 앞두고 쌀값 하락이 시작되면서 전남 산지 벼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40㎏당 4만8,123원으로 전년 대비 14.2%나 폭락했다. 이 같은 쌀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은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논을 뒤엎거나 벼 농사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 ◇논 갈아엎는 농심=㈔한국농업경영인 전남도연합회 소속 농민 100여명은 28일 나주시 남평읍 교원리 인근의 한 들녘에 모여 쌀값 하락에 항의하고 정부의 가격보전 대책을 촉구하며 논 2,000㎡를 갈아엎었다. 트랙터 두 대가 논을 갈아엎기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황금들녘은 진흙빛으로 바뀌었다. 정만식(58) 나주농민회 회장은 "쌀 한 가마(80㎏ 기준)를 16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4,000㎡당 순수하게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70만~80만원인데 올해는 수매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며 "현재 정부의 정책은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지경인데 누가 농사를 지으려고 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벼농사가 대풍이라는 소식에 쌀값이 하락하고 농촌일손 부족으로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올라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생존권 위협 받는 농민들=벼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지자 일부 농민들은 수십년째 지어온 벼농사를 포기하고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울산 북구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최근 축산업에 뛰어들까 고심하고 있다. 뼈 빠지게 벼농사를 지어도 쌀값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면하기 어려운데 농자재 값, 인건비 등은 해마다 올라 빚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2008년 전남산 쌀 재고량은 7만7,000톤으로 지난해 2만9,000톤보다 4만8,000톤이 늘어났다. 또 정부가 매년 수매해 비축해놓은 공공비축미 물량도 ▦2005년산 4만톤 ▦2006년산 11만3,814톤 ▦2007년산 9만9,845톤 ▦2008년산 9만9,810톤에 이르는 등 총 35만3,000여톤의 쌀이 전남 지역 농협 창고 등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58개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전남산 쌀과 벼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올해 수확한 햅쌀이 시중에 유통될 경우 재고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농업경영인 전남연합회 소속 농민들은 "생산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며 ▦공공비축물량 58만톤 수준 확대 ▦2005∼2012년 변동직불금으로 정한 목표가격 17만83원을 현재 최저생산비 19만2,680원으로 상향 조정 ▦휴경농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쌀생산조정제 도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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