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서울 삼성동 부지 낙찰 이후 계열사의 주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012330) 등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회사들의 주가는 부진한 반면 현대글로비스만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 시장전문가들은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계열사 지분법 평가이익과 LNG선 수주 등 간접적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지배구조 개편 매력이 부각된 점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날보다 1.57%(5,000원) 오른 3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컨소시엄이 한전 부지를 낙찰 받은 지난 17일 이후 9.12% 오르며 시가총액도 6,000억원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 컨소시엄(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주가는 급락을 거듭해 3사의 시가총액이 11조3,000억원이나 증발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 2·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던데다 올 하반기까지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 최근 주가상승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현대글로비스가 삼성동 부지 개발 관련 수혜주로 떠오른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법 평가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고액 베팅 논란 속에 한전 부지를 낙찰 받음으로써 향후 정부 발주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신용등급은 높지만 LNG선 운용경험이 적은 것이 최대 약점이었다"면서 "하지만 가스공사의 LNG선 운영권 수주전에 참여해 계약을 따낸다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이번 한전 부지 인수전에서 현대차가 정부에 좋은 일을 했기 때문에 입찰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 개편 핵심주의 매력이 다시 부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지배구조의 정점인 모비스의 지분이 없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여 현대모비스와 합병하거나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기 위한 실탄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삼성그룹 내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SDS와 비교하면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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