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업활동 동향도 두 달째 상승했지만 증가폭은 둔화되는 등 아직은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7월 72를 기록한 후 무려 1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꽁꽁 언 제조업체들의 심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세월호 참사 영향이 본격적으로 미치지 않았던 4월 82를 기록한 뒤 5월 79에 이어 6월 77, 7월 74 등 넉 달 연속 추락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반대의 의미다.
수출기업은 75에서 72로 떨어졌고 내수기업은 73에서 71로 하락했다. 중소기업은 69에서 65로, 대기업은 79에서 78로 지수가 하락해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체감도가 가장 좋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BSI 전망치로는 대기업은 개선됐고 내수기업은 같은 수준이 유지된 반면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은 악화됐다"며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수출 중소기업 위주로 제조업 체감 경기가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이날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나타난다. 광공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증가했지만 전월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세가 꺾였고 서비스업 생산은 오히려 전월 대비 감소했다.
7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2% 상승했지만 4월(-0.6%)과 5월(-1.0%) 이후 6월 2.2%를 기록하며 반등한 것과는 달리 상승세가 완연히 꺾였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4∼5월 중 부진했던 산업활동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회복 흐름을 이어갔으나 회복 속도는 미약하다"며 "최근 주식·주택시장 개선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지만 기업심리는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며 8월에는 자동차 업계 파업과 조업일수 감소, 강우량 증가 등이 산업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경기 흐름과 함께 원화강세 등이 제조업체들의 심리에 적잖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생경제법안이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이 잡혀 있어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들 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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