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블릿PC시장에서 한때 8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던 애플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ㆍ아마존 등 경쟁사들은 두 배 이상 늘어난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글로벌 태블릿PC시장 현황'에 따르면 애플은 올 3ㆍ4분기 1,400만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50.4%로 1위를 차지했다. 아직 경쟁사들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직전 분기의 65.5%보다 15.1%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전년동기의 59.7%보다는 9.3%포인트 하락했다.
톰 마이넬리 IDC 리서치센터 이사는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를 기다린 대기 수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정체됐다"며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지만 329달러라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안드로이드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점유율 하락세는 같은 기간 태블릿PC시장 규모가 직전 분기보다 6.7%, 전년동기보다 무려 49.5%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두드러진다.
애플이 잃은 점유율과 시장의 성장이라는 과실은 경쟁사들이 가져갔다. 특히 삼성전자와 아마존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삼성전자는 3ㆍ4분기에 510만대를 판매해 18.4%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보다 8.4%포인트, 전년동기보다는 11.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판매량은 전년동기 120만대에서 325%가 늘었다. IDC는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며 "다양한 태블릿PC 포트폴리오로 인상적인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7인치부터 10.1인치까지 10여종의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아마존ㆍ아수스ㆍ레노보 등 7인치 보급형 제품을 앞세운 제조사들도 애플의 점유율을 갉아 먹고 있다. 아마존은 킨들파이어 시리즈 250만대를 판매해 9.0%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의 4.8% 보다 두 배가 늘었다. 아수스 역시 구글의 넥서스7을 동력으로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240만대를 판매해 8.6%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점유율과 판매량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경쟁사들이 보급형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애플을 압박하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지만 향후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혼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애플이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낮춘 7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한 만큼 4ㆍ4분기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애플에 따르면 지난 2일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는 지난주 말까지 300만대가 팔렸다.
아마존과 구글 등 안드로이드 태블릿 제조업체들도 다양한 신제품으로 반격에 나선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운영체제(OS) '젤리빈'이 탑재된 10인치 제품 넥서스10을 선보인다. 아마존은 8.9인치 킨들파이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MS)는 '윈도8'이 탑재된 서피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IDC 모바일기기 담당인 라이언 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시장 리더인 애플에 대해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MS 서피스 등이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는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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