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서 정보통신산업(IC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휴대폰 등 IT 제품의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힘이 강해진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의 입김이 커지면서 이들 산업에 대한 의존도 역시 심화하고 있다. 설비투자만 해도 정보통신산업은 다른 업종들보다 투자기피가 심각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정보통신산업의 대 국내총생산(GDP) 비중(명목금액 기준)은 9.2%를 기록했다. 지난 2004년 2ㆍ4분기(9.2%)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은이 집계하는 정보통신산업에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 등 정보통신기기제조업과 정보통신서비스업이 포함된다.
정보통신산업은 지난 1ㆍ4분기 GDP성장률(0.9%) 중 0.4%포인트를 기여했다. 비(非)정보통신산업을 합친 것(0.5%포인트)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정보통신산업이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수출이다. 지난 1ㆍ4분기 정보통신산업의 수출 비중은 29%로 2011년 2ㆍ4분기 이후 3년 9개월 만에 30%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수출품의 3분의1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정보통신산업의 수출 증가율(4.9%)은 전체 수출(1.3%)의 3.8배에 이른다.
반면 정보통신산업의 설비투자는 매우 부진했다. 지난 1ㆍ4분기 전체 설비투자는 1.4% 증가했는데 정보통신산업은 되레 8.8% 감소했다. 정보통신산업의 1ㆍ4분기 설비투자액(실질 기준)은 9조8,475억원으로 10조원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3%로 쪼그라들어 200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정보통신산업의 설비투자는 3.8% 늘었다. 그나마 정보통신의 빈자리를 메운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보통신산업이 해외 부품조달을 늘리면서 국내 설비투자를 상대적으로 덜하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