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영화 '후궁' 김대승 감독 "탐욕으로 얼룩진 궁궐, 지금의 한국사회 모습이죠"

감정선 변화 잘 그려내기 위해<br>의상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br>악평 있지만 호평도 많아 다행


영화 '후궁: 제왕의 첩'(제작 황기성사단·이하 후궁) 이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호평과 혹평이 교차하는 속에서도 중장년층의 관객을 극장에 끌어들여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후궁은 18일 하루 전국에서 5만9,469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 누적관객 178만286명 기록했다. 영화는 마치 현 세태를 옮겨놓은 듯 애욕의 정사(情事), 광기의 정사(政事)가 넘치는 궁을 그렸다.

논란 속에 흥행돌풍을 몰고 온 후궁의 김대승 감독(45)을 지난 18일 오후 만났다.

'번지 점프를 하다'(2000) '혈의 누'(2005)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은 궁궐이라는 공간에 관심이 많아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황기성 제작자가 영화'내시'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 외려 너무 좋은 영화라 싫었어요. 그래서 역으로 제안했죠. 궁궐을 배경으로 하되 조금은 다른 얘기를 풀어놓겠다고요. 궁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는 욕망의 도가니죠. 우리 마음속에 들끓는 온갖 탐욕을 가지고 지옥도를 만들어 보자 생각했어요."

감독은 '후궁'을 21세기 대한민국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후궁'은 우리 욕망의 거울이에요. 영화 속엔 국사에는 냉정하지만 아들 문제에서만큼은 합리적이지 못한 대비, 지아비를 잃고 남을 희생시켜 아들을 지키는 화연, 일확천금을 꿈꾸다 나락으로 떨어진 금옥,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는 약방 내시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요. 매일 신문을 펼쳐 보면 영화보다 더 재미난(?)이야기가 펼쳐지잖아요.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탐욕이 자리하고 있죠. 욕심이 사람 사이, 우리가 아름답게 가꿔야 할 마당을 어지럽히고 있는 겁니다. 돈과 권력, 성적 탐욕의 근본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후궁'은 상상에 의해 씌어진 픽션 사극이다.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시대, 욕망이란 화두를 극대화 하기 위한 캐릭터간의 감정선 변화를 잘 그려내기 위해 감독은 의상 선택에도 신중함을 보였다.

"의상이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틀에 박힌 것보다는 조금은 다르게 연출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대비(박지영) 의상은 남성주의, 패권주의 캐릭터가 한껏 묻어 나오도록 만들고 싶었죠. 극 중 인물의 심상이 복잡해 질수록 가체가 더 높이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대략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정도의 시대를 염두 해 두고 의상팀이 공수해 온 사료를 바탕으로 심사숙고 해 의상 콘셉트를 만들었죠."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 감독의 노력과 달리 영화 자체를 놓고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만듦새나 메시지가 괜찮겠다 생각하고 자신감도 있었죠. 그런데 한 순간에 허물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영화 개봉도 전, 후반 작업 중에 이미 평점이 올라오고 쓰레기, 포르노 영화라는 잔인한 댓글들이 달리더군요. 참 힘들었죠. '후궁'을 마지막 영화라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하면 후회는 없겠다 싶어서요. 다행히 영화를 좋게 평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이죠. 한 동안 차기작 생각을 못 했는데, 이제 조금씩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웃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