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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과천경마장] `대박' 좇아 경마장 인산인해

13일 오후 과천 서울경마장.올해의 경마를 결산하는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 이날 11만명의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어 경마장 주변일대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매표구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었고, 경마 예상지를 들여다 보는 눈빛들은 한탕의 기대에 부풀어있다. 경마장 밖 도로들은 그야말로 거대한 주차장이다. 경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2,8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더이상 자리가 없다. 인근 도로 역시 차들로 삽시간에 꽉찼다. 불법으로 주차장을 운영하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경기가 끝난 후 경마장의 모습은 무질서, 그 자체였다.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교통지옥이었다. 서울로 향하는 남태령로를 비롯해 양재로 향하는 길은 귀성인파를 연상케 했다. 경마장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잘만하면(?) 거액을 거머쥘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몇만원으로 몇 천만원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이 경마장으로 발길을 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달 29일 서울경마장에서는 5,150.9배의 배당률이 터졌고, 1주일뒤인 지난 5일에도 한국경마 77년 역사상 최고 배당률인 7,328.8배가 터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직장을 잃고, 딱히 투자할만도 없는 월급쟁이들에게 경마는 거액의 거머쥘 수 있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5,150배의 배당률이 나온 지난달 29일에는 10만3,000명이었던 입장객이 1주일후인 5일에는 10만8,965명으로 5,000명 가까이 늘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은 택시 기사들을 비롯해 일용직 근로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가 IMF관리를 받은 이후 넥타이를 맨 실직자들이나 장래를 불안하게 여기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 趙모(37·서울 송파구 삼전동)는 『손님이 없어 경마장을 찾았지만 번 돈은 물론 지갑에 있던 돈까지 모두 날렸다』며 『그러나 한 번만 잘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발길을 끊기 힘들다』고 말했다. 올들어 경마장을 찾은 사람들은 911만1,642명. 인구 5명당 1명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0만2,980명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들이 올들어 경마장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2조6,555여억원이다. 하루 300억원 정도가 경마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입장객 한명당 30만원 가까이 쓰고 가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마장 안팎은 무질서 그 자체다. 음식을 팔려는 노점상, 사설 경마꾼, 불법 주차장 운영자들까지 뒤섞여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대박이 연달아 터져 재미삼아 경마장을 처음 찾았다는 李모씨(39·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고스톱과 마찬가지로 마사회가 고리를 떼고 남은 돈을 결국 몇사람만이 따고 나머지는 본전도 못건지는 네가티브 섬 게임이 경마인 것 같다』며 한탕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패가망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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