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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스피드 경영” 변신에 강하다(재벌)
입력1996-12-06 00:00:00
수정
1996.12.06 00:00:00
이의춘 기자
◎화합·신용 전통에 혁신·미래지향 문화 접목/금융 등 과감한 업종다각화… 재계 19위 도약/젊음·순발력 바탕 정보통신·영상사업 본격화서울시 을지로 2가 185번지 동양종합금융빌딩 14층. 동양그룹의 40대 젊은 총수 현재현 회장의 집무실벽에는 「병교필패」(병교필패)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병교필패는 그의 좌우명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 말은 병사가 교만하면 싸움에서 반드시 진다는 뜻이다.
예컨대 경영도 전쟁터와 같아서 기업인이 자만하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의미로 그는 이 경구를 출근할 때마다 수시로 되새긴다고 한다. 이 말은 그의 경영스타일이자 그룹성장과정을 특징짓는 말이기도 하다.
동양은 창업이래 전통적인 기업정신인 정직과 신용의 토대위에 현재 창의와 혁신, 합리와 효율, 자율과 책임 등 미래지향적인 진취성향이 가미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 이양구 회장이 구축한 정직과 신용의 기업문화바탕에 경영대권을 승계한 현회장이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그룹으로 바꾸는 데 중심역할을 하고있다.
이는 최근 그룹의 괄목할 만한 사업다각화와 구조 재편작업에서 잘 드러난다. 제과, 시멘트 등 제조분야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금융, 정보통신, 유통, 영상(케이블 TV), 건설, 무역 등으로 발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계열사는 1개의 공익법인을 포함해 모두 22개사에 달하는 그룹으로 도약했다.
지난해말 총자산 8조1천억원, 올해 외형은 3조7천억원으로 재계랭킹 19위에 올라있다. 동양은 지난 89년 현회장이 취임한 지 7년만에 30위권에 있는 재계랭킹을 20위권, 10위권으로 도약했다. 특히 84년이후 그룹변신의 중심역할을 해온 금융부문은 총매출액의 51%를 차지할 정도로 금융부문덩치가 엄청나게 커졌다. 제과, 시멘트재벌에서 금융재벌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동양은 어느그룹보다도 성공적인 기업변신모델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동양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21세기에도 경쟁력을 갖고 지속성장하기위해 정보통신, 가전, 유통, 영상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주역이 현회장이다. 올해 47세인 현회장은 검사출신의 법조인에서 경영자로 인생항로를 바꿨다. 지난 84년 동양시멘트 사장을 거쳐 89년 그룹총수가 된 후 기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금융 정보통신 등 유망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의 경영은 바둑에 비유, 포석경영에 비유된다. 아마바둑 5단이기도 한 그는 법조인출신 답게 치밀하면서도 미래지향적, 진취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귀가 커 남의 말을 잘 듣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동양의 신문화에서는 스피드가 강조된다. 「소형보트론」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려면 크게 움직여야 하지만 소형보트는 언제든지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동양은 이런 점에서 경영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스몰 플레이어(Small Player)의 장점을 갖고 있다.』 현회장이 강조하는 동양이 추구하는 경영론이며, 기업문화다. 또 『규모에서 절대열세이기 때문에 경쟁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일 뿐이다. 시장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개척의 여지가 있다』는 현의 말도 상당한 비중이 실려있다.
「스몰플레이어」정신도 동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문화. 즉 결정이 빠르고 추진력이 강한 「스피드 경영」의 요체다.
동양의 포석경영은 금융업진출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지난 84년 당시 증권업계 최하위 일국증권을 인수한 것이 금융업 진출의 효시다. 당시는 한국 증권시장은 대단히 어려웠고 증권산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현회장을 정점으로한 동양은 낙후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해야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일국증권을 인수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국제 금융 경영학석사학위를 취득한 현회장이 금융업의 중요성과 성장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한 것.
때마침 증권업계는 정부의 자본자유화시책에 힘입어 호황을 구가했다. 동양의 금융업 진출은 첫단추부터 성공적이었다. 그의 선견지명이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동양은 40대 젊은 대표이사가 30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점도 특징이다. 이는 그룹이 역동적으로 부단한 경영혁신과 변신을 하는 데 큰 힘이 되고있다. 젊은 최고경영자들이 많이 포진하면서 조직분위기도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컨대 동양글로벌은 매달 호프집에서 사장이하 전임직원이 자유의사에 따라 참석, 주제나 형식에 매이지 않고 맥주를 마시며 의견을 나누는 열린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동양SHL은 국내 처음으로 임원및 간부에 이어 신입사원까지 연봉제를 실시, 새로운 기업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동양은 이러한 기업문화로 인해 대외조사기관이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젊은 그룹 ▲순발력 있는 그룹 ▲내실을 다지면서 급성장하는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만족경영도 그룹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는 서비스가 생명인 금융계열사들에서 두드러진다. 예를들어 한 창구에서 고객이 원하는 모든 업무를 처리해 주는 동양증권의 종합창구제, 동양종합금융과 동양생명보험의 VIP룸 서비스, 동양할부금융의 직원출장 상담서비스, 동양카드의 전 세계 24시간 긴급 카드 재발급, 휴일 상해보험 무료가입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동양은 내년 6월 15일 창업40주년을 맞아 21세기형 신기업문화를 정립하기위해 최근 종조실 안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새로운 기업문화의 대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속적인 변신을 바탕으로 ▲정직한 기업 ▲고객중심의 경영 ▲최고의 가치창출 ▲공정한 분배 ▲미래지향적 사고와 혁신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그룹 관계자는 보고 있다.<이의춘>
◎현재현 회장의 경영론/대국적 판세 분석 중시 「포석경영」/검사출신… 합리·진취적 마인드/「큰귀」에 과감한 추진력도 겸비
현재현 회장은 아마바둑 5단의 고수답게 경영에서도 「포석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다. 포석경영은 전도양양한 검사직을 그만두고 경영자로 변신한 이래 그룹사업구조를 시멘트, 제과중심에서 금융, 정보통신, 영상, 무역 등으로 다각화시키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84년 일국증권에 이어 동양투금 등을 인수하고, 이어 동양창투, 선물, 투자자문, 파이낸스, 카드, 할부금융 등을 잇달아 세워 국내최대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이는 최고경영자로서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룹관계자는 분석이다. 고수가 대국적으로 판세를 분석하며 포석을 놓는 것과 같다는 것. 그의 포석경영에 힘입어 동양은 현회장이 동양시멘트 사장이 된지 13년, 고 이양구 회장의 타계로 지난 89년 대권을 승계한 지 7년만에 30위권 밖의 그룹위상을 2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또 법조인(검사)출신 답게 매사에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 진취적 마인드를 통해 그룹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기보다는 남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큰 귀를 가졌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성격은 그룹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돼 계열사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사장들의 자율경영에 맡기고 있다.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기보다는 담당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방향을 지시해주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젊은 총수답게 과감한 결단력도 구비하고 있다. 생각은 깊게 하지만 일단 결정된 사항은 한발 앞서 신속히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보인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그는 21세기를 내다보는 새로운 포석을 하고 있다. 종합정보통신 서비스사업과 케이블 TV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멀티미디어 통합서비스 시스템 등 정보화시대 유망사업에 신규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의 일환이다.<이의춘>
◎40대 사장들이 뛴다/현재현 회장 47세 등/대표이사 40%가 40대/변화·개혁 선봉장 역할
동양그룹의 대표이사 가운데 40%이상이 40대다.
30대그룹 중 가장 많은 젊은 사장들이 포진해 있다. 그룹 총사령관인 현회장이 47세, 그리고 제과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담철곤 부회장이 41세. 그리고 나머지 대표이사 20명 중 8명이 40대다. 경영진의 이같은 연령분포는 변화와 개혁, 스피드경영을 가능케하는 원천이 되고있다.
젊은 경영자들이 가장 포진하고 있는 사업분야는 금융부문. 동양증권과 동양종합금융을 비롯해 10개의 금융계열사 대표이사 중 5명이 40대다.
정보통신회사인 동양SHL의 염휴길(45세) 사장, 동양산업기계의 윤홍구(47세) 사장, 동양마트의 심용섭(46세) 대표가 대표적이다. 미국법률사무소에서 M&A(기업매수 합병)전문가로 활약하다 현회장에게 발탁된 조왕하씨(43세)는 지난해 동양투자금융 사장에 선임됐다. 투금업계 최연소 사장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카드의 국내영업권을 인수해 설립한 동양카드의 구자홍(47세) 대표, 동양창업투자의 배인탁(40세) 대표, 동양선물의 서문원(43세) 대표, 동양투자자문의 이춘배(47)대표등도 현회장의 스피드경영을 보좌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계 최초의 40대 사장으로 임명된 안길룡(50세) 동양증권사장, 동양생명의 노영인(51세) 사장, 중앙투자신탁의 김윤학(50세) 사장, 동양할부금융 채부영(51세) 사장 등도 다른 그룹에 비해서는 젊은 축에 든다.
한편 동양시멘트의 이재복(58세) 사장, 노필규(54세) 오리온프리토레이 사장, 채오병(56세) 동양글로벌 사장, 박중길(62세) 오리온카툰네트워크 사장, 이영서(53세) 동양매직 사장 등은 연륜과 풍부한 경험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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