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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쇼크] 곳곳에 공사중단 건물들 '렌트' '세일' 문구 즐비

■ 두바이 현지 모습<br>외국인 근로자들 해고 불안감 떨기도

지난해 여름 이후 불과 1년 만에 찾은 두바이는 겉보기에는 평안해 보였지만 불안한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두바이 중심부로 들어서는 길에서부터 1년 동안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오후면 쇼핑객들로 꽉 막히던 두바이 중심거리는 더 이상 예전처럼 붐비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건국기념일(12월2일)을 앞두고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의 얼굴이 새겨진 배너가 거리에 일제히 걸렸다. 하지만 새로 지은 건물마다 예외 없이 나붙은 '렌트(RENT)' '세일(SALE)'이라는 문구는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오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두바이의 한 부동산개발 업체의 관계자는 "새로 지은 주택 대부분이 입주자 없이 비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나마 공사가 완료된 지역은 상황이 나은 편. 공사가 진행 중인 빌딩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공사대금 지급을 늦추면서 곳곳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현지 건설 업체 관계자들은 두바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특히 불안해 한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뉴스에 눈과 귀를 기울이면서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촉발지인 두바이월드가 구조조정을 하고 상급자들이 싹 물갈이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이들의 고용도 위협 받을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높이가 800m에 달하는 버즈 두바이가 상징하듯 '사막위의 기적'으로까지 불리던 두바이의 초고속 성장은 모래성처럼 곳곳에서 균열이 가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은 그 균열들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전조일 수 있다.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는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주메이라'를 조성한 회사로 나킬을 비롯해 세계 3위 규모의 항만운영기업 DP월드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난 2006년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칙령으로 출범했으며 셰이크 모하메드 역시 두바이월드의 지분을 상당히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두바이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두바이월드와 자회사인 나킬이 26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두바이월드의 부채 규모는 590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68조원에 달한다. 두바이 정부와 정부가 소유한 기업의 전체 부채 규모인 800억달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막대한 외국자본을 빌려 대규모 공사를 벌인 두바이식 발전 모델이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두바이월드의 침몰에 따라 두바이 금융시장 역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두바이종합주가지수(DFM)는 현재 2,070선. 2007년에 6,253.10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3분의1 수준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그나마 올 들어 소폭이나마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로 또다시 하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 주재 한국 건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부다비와는 달리 두바이는 석유자원이 거의 없어 생존전략으로 건설 프로젝트에 집착했다"며 "고유가 때 중동 오일머니가 대거 유입되다 보니 두바이로서는 충분히 판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무리한 투자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외국 투자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만 지탱이 가능한 경제구조 속에서 지난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두바이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다. 전세계 금융권의 신용경색으로 돈줄이 막힌 두바이로서는 야심 차게 진행하던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UAE 전체적으로 400개의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총 3,00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 멈춰 섰다. 이 중 대다수는 두바이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다. 하지만 두바이월드의 위기가 두바이 경제를 바닥까지 끌어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를 맞은 두바이 현지는 현지인들의 경색된 분위기와는 달리 외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은 여전히 활발하다. 중동 인접국에서 휴가를 온 관광객이 넘치면서 주차장과 호텔을 잇는 셔틀버스도 쉴 새 없이 운행되고 있다. 중동의 한복판에서는 유일하게 안전하고 개방된 곳이 두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의 자존심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바이 정부 관리자들도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두바이는 중동 전역을 잇는 허브와 같은 존재"라며 "이번 위기만 넘기면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마침 UAE 연방정부의 수도 아부다비가 두바이에 대한 지원의 뜻을 밝혔다고 외신들은 28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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