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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은 왜 영웅을 만들까

■ 대중독재의 영웅만들기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휴머니스트 펴냄)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며 잔인한 죽임을 당한 이승복과 부하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류탄을 안고 장렬하게 산화한 소령 강재구. 진위야 어떻든 적어도 이들이 박정희 시대에 탄생한 대중 영웅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박정희 정권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들만의 영웅을 만들어 냈고 대중에게 그것을 믿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정말 이들 영웅은 권력자의 필요성에 의해서만 탄생했을까. 이 책은 나치 독일의 대중 영웅으로 떠오른 돌격대원 호르스트 베셀과 프랑스 비시 정권의 잔 다르크 숭배, 부유 농민을 도운 친아버지를 고발한 러시아 소년 파블릭 모로조프의 영웅 만들기 등 대중 독재 시대 속 영웅 숭배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대중 독재 체제가 만들어낸 영웅이 과연 ‘진정한 영웅’ 인가하는 진위를 규명하는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영웅 숭배가 만들어지고 전승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대중 독재 시대에 지배권력은 대중 동원의 욕망을 위해 영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중들도 결코 관객에 그치지는 않았다. 그들은 영웅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찾으며 영웅 신화의 조연 몫을 톡톡히 해했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등 대중 독재 체제에서 탄생한 영웅은 권력의 욕망과 대중의 욕망의 접점에서 탄생한 신화였던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개발독재 체제였던 박정희 체제가 만들어낸 (이순신, 이승복, 강재구 등) 영웅들에 대해서는 영웅들이 특정한 정치적 의도 하에 만들어졌음을 폭로하는 차원에서만 주로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며 우리 기억 속 대중 영웅들의 신화화 과정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려 한다. “근대 사회의 영웅 만들기는 지배자와 영웅의 동일시 해 지배자를 대중이 숭배하도록 만드는 효과만을 목표로 했다기 보다는 그들의 영웅성을 모방하고 따라 배우면서 그것을 사회적 규범으로 만들어가는 효과까지도 노린 것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인간 본연의 나약함, 공포심 등이 정치권력에 의해 집단적 욕망으로 전화되는 과정의 부산물로 영웅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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