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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낙하산 반대론에 이전투구 …결국 제3의 인물로 선회

●파행 거듭한 농협금융 회장 인선<br>콘클라베 연상 회추위 소문만 무성 연초이어 다시 낙하산 후보 되풀이<br>18일 밤까지 이·권 치열한 경쟁 19일 첫 후보 신 전 회장으로 돌아서


'콘클라베'.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다. 추기경들은 바티칸의 시스티나성당에서 빵과 포도주ㆍ물만을 먹으면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한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제2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위해 18~19일 이틀간 열린 회장인사추천위원회는 콘클라베를 연상시켰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회추위 위원 5명의 명단과 회의 장소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비밀에 부쳐졌다.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는 게 비밀의 명분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정한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콘클라베와 달리 이전투구가 계속됐고 온갖 미확인 소문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1차 후보 압축까지는 큰 진통 없이 진행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이철휘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외부인사 4~5명과 내부인사인 김태영 전 농협 신용부문 대표가 후보에 올랐다.

◇18일 오전…이 전 사장으로 기울어=이들의 명단을 들고 서울시내 한 호텔에 회추위 위원들이 모였다. 우선 3명은 일찌감치 제외됐다. 윤 전 장관과 진 전 위원장, 신 전 회장 등은 모두 거절했다. '상왕(농협중앙회 회장)'이 버티고 있는 허울뿐인 회장 자리가 탐탁지 않았다. 대신 낙하산의 부담만 짊어져야 했다.

회추위는 그래도 외부 출신을 앉히고 싶어했다. 올해 초 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 영향력 있는 관료출신을 회장 자리에 앉히려다 실패한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취임 100일도 안돼 자리에서 물러난 신충식 전 회장의 사례를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결국 후보는 권 부위원장과 이 전 사장으로 압축됐다.

최원병 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앙회 측은 권 위원장을 밀었다. 중앙회 측은 연초에도 권 위원장을 앉히려다 실패했고 결국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이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금융 당국과 농림수산식품부ㆍ농협 등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8일 낮까지만 해도 이 전 사장이 앞서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사'라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매제다. 친인척 가운데 현 정부의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오후3~4시쯤에는 이 전 사장이 사실상 단독 후보로 결정됐다는 설이 돌았다.

◇18일 저녁…다시 원점으로=상황이 확 바뀌었다. 중앙회에서는 권 위원장을 계속해서 밀었고 농협의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그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위원장의 파워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현 정부 인사권의 핵심을 쥐어 온 대구ㆍ경북(TK) 출신에 경북고 라인이다.



일각에서는 중앙회 등이 권 위원장을 계속 밀었지만 본인이 끝까지 고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찌됐든 이상 기류를 감지한 이 전 사장 측에서 다시 나섰다. 회추위는 결국 18일 밤에 이어 19일 오전에 다시 만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또다시 내부인사인 김 전 대표를 낙점하는 방안도 고려됐다.

◇19일 2차 회의…제3의 인물로 선회=회추위 위원들이 또 한 차례 모였으나 이내 헤어졌다. 오후에 또다시 모이기로 했다. 결론을 내지 못했다.

농협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낙하산 반대론'과 '거물급 영입론'이 양립했다. 기왕에 낙하산을 피할 수 없다면 KB금융지주나 산은금융지주처럼 거물급을 회장자리에 앉혀놓고 어깨 좀 펴보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권과 최 회장에 대한 불신도 자리한다. 최 회장의 간섭을 배제하고 농협금융을 변모시킬 능력자가 와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 노조에서는 권 부위원장이나 이 전 사장 모두 어느 한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회추위는 두 사람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결국 '제3자'로 방향을 바꿨다. 윤 전 장관과 진 전 위원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희소식이 날아왔다. 최초 후보군에 올랐지만 거절했던 신 전 회장이 수락한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단행된 사업구조개편 이행을 위한 정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하고 실적 부진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농협은행의 미래를 의심하며 신용등급에 손을 댈 기세다. 당장 '피치'사가 신용등급전망을 '긍정'에서 '안정'으로 내렸다. 5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투하하고도 회장 한 명 고르는데 이전 투구만을 거듭하는 농협의 모습에 금융권은 씁쓸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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