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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공수래 공수거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84세의 노구(老軀)를 이끌고 북한으로 가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을 TV에서 보며 『대단하구나!』감탄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생무상(人生無常)함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남의 부축을 받으며 지척지척 걷는 모습과 자유·활달하게 말을 잇지 못하는 것같은 기자회견 장면이 좀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한다. 불과 10년전까지만해도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현대그룹 신입사원들과 씨름판을 벌인다는 노익장(老益壯)의 장사였다. 대통령후보로 출마하여 늠름하게 전국을 누비던 것이 엊그제였다. 지금 북한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사업욕심때문일까, 무언가 일을 안하고는 못 배기는 타고난 성정 때문일까, 또는 남북의 현실을 고려한 개인적 명예욕·사명의식 때문일까, 무엇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교수는 지난 6월말 서울에 와서『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은 정주영회장은 감히 누구도 생각 못했던 작품을 창작한 전위예술가와 같다. 그것은 정치·경제적 이벤트가 아니라 예술적 행위였다』고 평가했다. 기 소르망교수의 시각으로 본다면 IMF현실 속에서 호화여객선을 빌려다가 대규모의 금강산관광을 성사시킨 것도, 또 소떼에 이어 자동차 50대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하는 것도 전위예술가의 작품행위로 설명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여하간 대단한 일이었다. 김우중(金宇中)회장의 갑작스런 뇌수술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김우중회장이 없는 대우그룹을 상상할 수도 없고, 재벌개혁 시점의 전경련(全經聯)회장으로 서의 그의 비중으로 볼때 한동안 조용히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성공적인 수술후 야구모자를 쓰고 활짝 웃으며 병원을 나서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퇴원하자마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곧이어 하노이로 날아가서는 베트남 정부로부터「2.600만평의 신도시 건설참여」를 따내는 신문 기사를 읽으며 그 모든 것이 그의 사업욕심 때문인지, 가만히 앉아 지내지 못하는 타고난 성격때문인지, 또는 金회장이 늘 입버릇처럼 외는 다음세대를 위한 희생인지 알 수가 없다. 정주영(鄭周永)·김우중(金宇中) 두 회장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재벌그룹들은 현재 국내외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고 있다. 재벌해체라는 말이 이제는 서슴없이 오가는 분위기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앞으로는 재벌기업의 무능력 세습경영도 막는다는 정부의 강경방침이 흘러 나온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애착을 가지고 해오던 자동차사업을 조카에게 넘겨야만 했던 정세영(鄭世永)회장, 그는 서운한 심경을『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고 허탈하게 말했다고 한다. 하숙생(下宿生)이라는 유행가의 가사처럼 정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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