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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M&A를 위한 M&A의 덫

강문현 딜로이트 안진 재무자문본부 부대표


중동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돼 입국한 환자 한 명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 데서 촉발된 최근의 메르스 사태는 구멍 뚫린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국가 이미지 실추, 경제적 손실, 한류에 끼칠 악영향 등을 감안하면 국가적 손실은 수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처럼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처럼 요즘 글로벌 및 국내 경영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경영 화두 중 하나가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전대미문의 새로운 기술개발에 글로벌 기업들이 동시에 뛰어드는 시대다. 우리가 원하는 기술개발이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은 높아졌지만 우리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그 기술이 글로벌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실성은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 이런 시대에 효율적인 경영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인수합병(M&A)이다. 원하는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 이미 개발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신속한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M&A에 성공해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한 M&A 때문에 기업 본연의 사업마저 나락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성공적인 M&A를 위한 원칙과 절차는 무엇일까. 최우선적으로 기업의 비전과 앞으로 나아갈 사업 분야에 대한 전략을 잘 짜야 한다. M&A는 기업의 미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전략 중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 많은 기업인이 M&A 자문기관에 흔히 "좋은 기업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이런 요청은 전문가에게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해당 기업이 미래에 어떤 사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좋은 기업을 소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반면교사다. 표면적으로는 높은 인수가격과 인수금융 시 채권단에 부과한 풋백옵션(put back option) 행사로 그룹의 유동성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 당시 금호그룹이 지향하는 비전은 육·해·공을 망라하는 종합 물류회사였다. 그러던 그룹이 갑자기 시공능력 1위 회사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건설업이 주력이 됐다. 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덩치 큰 건설사를 인수하면서 경기 민감사업의 비중이 그룹 전체 사업의 60%를 넘어섰다. 불행히도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불경기가 겹치면서 금호는 위기를 맞았다.

좋은 기업이 시장에 나오면 기업의 미래 사업전략에 대한 검토 없이 'M&A를 위한 M&A'를 수행해 자금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인수한 기업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경우를 여럿 목격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이라면 사업 실현에 M&A가 가장 효율적이고 전략적 수단인지 충분히 고찰한 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기본원칙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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