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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국경제
입력2003-07-20 00:00:00
수정
2003.07.20 00:00:00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미국경제는 쾌속 항진했다. 실업률은 바닥을 기록했고 소수계 흑인도 제조업에서 근사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금상첨화는 미 증시 버블로 부유층은 더욱더 부자가 됐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많이 약화됐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현재 불행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악관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상하 양원의 다수파인 공화당은 아직까지 유권자로부터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다.
미국인들은 현재 불안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 대이라크 공중전은 미군 희생자가 거의 없이 신속한 승리로 끝났다. 1차와 2차 세계대전ㆍ한국전 그리고 인도차이나전 같은 지루한 전쟁과 비교할 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사망자 수는 감사해야 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서 제거되면 이라크 국민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합국이 안정스럽고 번영하는 새로운 이라크 민주주의를 빠르게 재창조하는 데 협조할 것이라는 미 국방부 지도부의 순진한 믿음은 미국 내 보수주의나 진보주의자 양측으로부터 완전히 순진한 꿈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나 메인스트리트 모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은 미국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보다 더욱 혼란스럽다. 그러나 일본ㆍ한국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물론 미국, 영국, EU 주요 멤버 등 사실상 모든 선진사회가 현재 약하고 실망스런 경기회복 사이클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사실도 별로 위안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이 불안하다면 백악관의 전술가들도 결코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16개월만 지나면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나서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호전될 수 있다. 아마도 각기 다른 이라크 정파들이 유용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의 생활수준이 나아지면 반미감정이 누그러질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할 수도 있다. 어떤 전문가도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없다.
미국의 월가 주가는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건전한 기업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도 주식 자산가치가 계속해서 높아지면 소비심리가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수개월간의 주가상승에 마냥 도취해서는 안된다. 월가 호황의 기저에는 기업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여전히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미 주식들의 주가수익률(PER)은 22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보통 때의 18배보다 다소 높은 정도의 수치다.
그러나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게 있다. 이 같은 순익계산에는 여전히 불건전한 회계상 뻥튀기가 있다. 항공사는 올초 특별손실을 계속적인 손실이 아닌 일회성 손실로 장부에 기재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회계방법을 사용할 경우 주가수익률은 22배의 두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늦가을이 되면 최근의 주가 상승분 전부 또는 일부가 날아가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투자와 개인소비 모두 상승하기는커녕 줄어들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빈틈없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이 같은 미묘한 불확실성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연설이 위안을 주는 낙관주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지만 FRB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서두르며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위안을 주는 연설은 아직까지도 현 추세를 바꿔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확실한 경기침체에 진입할 경우 꺼내 들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 부시 대통령과 그 주위 사람들(딕 체니 부통령, 존 스노 재무장관, 경제자문위원회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부시의 마키아벨리적인 전술 담당 고문관 칼 로브)은 오는 2004년 초가 되면 미 경기회복이 여전히 삐걱대고 약한지 여부를 알 게 될 것이다.
경기회복이 미약하다면 그들은 즉각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강한 경기상승을 시도할 것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정부지출을 늘릴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신규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군비지출도 확대될 것이다. 지출과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50개 주정부에 대한 긴급원조자금도 집행될 수 있다.
급기야 결국 부족분을 국민이 부담해야 하겠지만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일시적인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질 수 있다.
지난 30년과 31년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 같은 옛날 보수주의자들은 침체된 미국경기를 부양시키는 과정에서 정부부채가 급증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재정지출안에 대해 망설였다.
부시 대통령이 예일대에서 현대 경제학에 대해 무엇을 배웠든지간에 후버 대통령 같은 사람은 아니다. 프랑스의 루이 15세처럼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음에야 홍수가 지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지금은 대통령에 재선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일섭(이화여대 경영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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