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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 1월30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시킨스카야역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열차를 타려는 승객 때문이 아닙니다. 러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사 먹기 위한 행렬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3만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올 현재 러시아에서는 약 490개의 프랜차이저가 2만여 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 중 외국계 브랜드는 전체 40%가량이며 나머지는 자생 브랜드입니다. 50% 이상이 소매유통 분야의 프랜차이즈이며 요식업은 20%에 못 미칩니다. 초기 투자금은 통상 5만~20만달러이며 로열티는 보통 5% 정도입니다.
이 중 한국의 프랜차이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부 기업이 진출해 직영점을 운영하는 게 고작이고 진정한 의미의 한국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정착한 사례는 없습니다.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초코파이와 라면이 그렇게 많이 팔리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러시아 프랜차이즈 시장에 어떻게 해야 한국 업체들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까요. 우선 모스크바 중심의 서부 러시아는 이미 포화 상태라고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신규 진출 자체가 위험요소입니다. 외국계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한국 브랜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시베리아나 극동 지역은 어떨까요.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점으로 한 극동 러시아에서는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이 열악합니다. 맥도날드조차도 없고 프랜차이즈 업종이 제한적이며 외국계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극동 러시아의 도시 대부분은 인구가 50만명 이하입니다. 제대로 상권이 발달하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물류 시스템도 여전히 부실합니다.
뒤집어보면 이 지역은 우리 기업이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합니다. 물류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투자한다면 극동에서 한국 프랜차이즈의 저력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무비자로 오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러시아 프랜차이즈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주한일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 차장
※이 글은 다음주 KOTRA OIS홈페이지(www.ois.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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