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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장보고시대] 세계의 배를 우리손으로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시티에서 남동쪽으로 허허벌판을 2시간여 자동차로 달리면 강렬한 태양아래 검게 타버린 듯한 「흑해」의 검은 바닷물결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흑해의 물빛이 검은 것은 물자체의 색깔이 검은 것이 아니라 땅이 비옥해 검은 빛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흑해는 동유럽에서 보기 어려운 지중해성 기후를 나타내며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 해변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매년 수백만의 관광객이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찾는 세계 최고의 휴양지이다. 이 곳에는 루마니아의 철권통치자였던 차우세스크가 여름휴가를 즐기던 별장이 있다. 왕보다 더한 권력을 휘둘렀던 그가 죽은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의 별장은 여전히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있다. 차우세스크의 별장에서 북동쪽으로는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여름별장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세계적인 부호들의 별장이 흑해 연안에 밤하늘의 별처럼 총총히 박혀 있다. 그러나 이같이 세계적인 휴양지로만 알려진 흑해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 최대·최고의 수리조선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유럽의 새로운 조선중심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이 곳에 대우중공업이 지난 96년 루마니아 국영조선소의 지분 51%를 인수해 세운 대우망갈리아조선소가 자리를 잡고 있다. 1,000년전 아시아의 바다를 제패했던 장보고의 후예들이 건너와 유럽 최고의 조선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조선소는 지난해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루마니아 전체 수출규모의 1%를 차지했다. 올해부터는 중소형선박의 신조선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오는 2000년에는 3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유럽의 대표적인 조선소로 바웬사를 배출한 폴란드의 그단스크조선소가 최근 파산후 디스코장으로 전업을 하는 등 유럽에서 조선산업이 뚜렷한 퇴조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대우망갈리아조선소만은 매년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대우중공업조차 스스로 놀라고 있는 이같은 성공에 대해 서완철(徐完澈) 대우망갈리아조선소 사장은 『근로자들의 자질이 우수한데다 임금이 낮고 세계 선박의 30%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해운국인 그리스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등 일감확보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적인 조건들은 루마니아조선소가 예전부터 갖고 있던 것으로 한국에서 파견된 26명의 장보고들의 열정이 대우망갈리아조선소의 정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우망갈리아조선소는 국내조선업계가 해외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곳중 하나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90년대 중반부터 노동집약산업인 조선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억원을 투자한 중국 영파(寧波)시의 조선부품공장을 지난해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연간 2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국내에 비해 생산원가가 20% 정도 낮다. 영파조선소에서는 삼성중공업 뿐만아니라 일본 히타치 등으로 블록과 철구조물을 제작 공급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베트남 국영조선공사인 비나신사와 베트남 중부 나트랑 지역에 1억달러를 투자해 수리중심의 조선소를 합작으로 건설했다. 나트랑 북부 55Km 지점의 임푸지역에 건설된 이 조선소는 부지 30만평에 40만톤급 선박까지 수리및 개조를 할 수 있는 도크와 8만톤급 선박을 개조할 수 있는 도크를 갖추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베트남 합작조선소를 지난 95년7월 착공해 지난해 완공한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수산중공업은 연간 70여척의 각종 선박을 수리·해체할 수 있는 중국 통주 수리조선소를 지난해말 건설해 앞으로 생산규모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이 중국 산해관조선소에서 해양구조물 일부를 제작하는 등 중국업체와의 하청생산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현대는 여건이 성숙되면 산해관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해외생산기지 확대는 국내임금이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원가절감을 위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조선시장에서 우리의 최대경쟁국인 일본은 이미 30여년전부터 해외진출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일본조선소들은 근로자들의 임금이 급격히 높아지던 60년대 이후 해외로 눈길을 돌려 중국·동남아 등지에 생산전진기지를 마련해 국내외 조선소를 연결하는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쓰비시가 말레이시아·중국업체와 제휴하고 있으며 IHI가 싱가폴·브라질 등에 합작조선소를 합작, 운영하고 있다. 또 히타치는 중국과 싱가폴·베트남에 가와사키는 중국에 해외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해외생산기지를 앞다투어 건설하는 것은 21세기 세계조선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장외(場外)」싸움이다. 현재 양국간 경쟁양상은 세계 정상을 꿈꾸는 한국의 끈질긴 추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일본이 40년 유지해 오고 있는 정상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선두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일본조선이 90년대들어 한국의 불같은 추격에 다소 흔들리고 있다. 지금 바다위를 떠 다니고 있는 배 10척중 3척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이다. 배의 주인은 수없이 많지만 30%이상이 우리나라의 울산이나 거제도, 혹은 부산이 고향이다. 현대·대우·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지난 95년부터 세계 빅3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한진·한라중공업도 10대조선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울산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86년 처음으로 세계 최대조선소로 올라선 이후 일본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과 정상을 주고 받다가 90년대들어 정상을 굳혔다. 현대의 연간 선박건조량은 약 300만톤. 세계 조선업계의 연간 건조량이 3,000만톤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세계 선박의 10% 이상이 울산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거제에 있는 대우중공업(210만톤)과 삼성중공업(145만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 최대조선소인 미쓰비시는 우리업체에게 밀려 4위(125만톤)로 처져있다. 세계 10대조선소의 건조량으로는 우리조선이 일본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국가별 건조량으로는 아직도 일본이 우리보다 5%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 56년 영국을 밀어내고 세계 정상에 오른 후 지금까지 부동의 정상으로 군림하고 있으나 90년대 중반들어 선두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는 한국조선과 불꽃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일 양국간에 펼쳐지고 있는 선두경쟁은 아직 어느나라가 우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앞으로 10년이 양국 조선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기간이 될 것만은 확실하다. 【망갈리아(루마니아)=채수종】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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