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장률 0.7%, 3년來 최악… 가계빚도 亞 국가 중 가장 높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미미한 경제개혁 효과에 루피화 20개월만에 최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1분기 4.7%로 성장세 둔화… "인프라 건설 첫 삽도 못 떠"
성장둔화에 빠진 동남아시아 신흥국 리더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경제둔화 등으로 집권 1년 만에 위기에 봉착했으며 기대가 컸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경제정책도 생각만큼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태국 경제는 현재 심각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수출부진으로 태국 경제성장률은 0.7%를 기록해 최근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딘 경제 회복세로 지난달 태국은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내리기도 했다. 여기에 내수소비까지 둔화하고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5% 이상에 육박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가계부채가 80%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간주한다.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 경제 수석 리서처는 "아시아 국가 중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수 있는 곳을 꼽자면 태국"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지난해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하기 전부터 태국의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있었지만 경험이 많은 경제관료 부재 등으로 더욱 큰 고충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친기업정책과 경제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워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리더의 성적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날 WSJ는 모디 총리의 경제개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 등으로 루피화 가치가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루피화는 이날 인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전날의 달러당 63.54루피에서 64.27루피까지 치솟았다가 64.23루피로 거래를 마쳤다. 루피화는 최근 수주 동안 인도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인도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루피화 가치는 2013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도 정부와 뭄바이 증권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4월 말부터 지금까지 16억달러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모디 총리의 경제개혁 조치가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지난 2주 동안 인도 주식시장의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뭄바이 주식시장의 지표인 S&P BSE 센섹스지수는 3월 말 고점에서 1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인도 정부가 지난달 해외 펀드 자금에 최저한세(MAT)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 등 예측 불가능한 조세체계도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의 새로운 세금 요구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투자처라는 인도의 명성에 해를 입힐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올해 1·4분기 전년 대비 4.71%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4·4분기의 5.01%를 밑도는 것이며 2009년 3·4분기(4.12%) 이후 최저치다.
추아학빈 싱가포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둔화된 경제성장률이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던 조코위 대통령에게 경고를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둔화한 이유로 △수출부진 △소비둔화 △정부 추진의 인프라 건설 지연 △해외 투자가들의 관망세 등을 지적했다. 특히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도로·항구 등 인프라 건설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해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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