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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IMF 금융.기업부문 합의 파장.전망]
입력1999-03-12 00:00:00
수정
1999.03.12 00:00:00
정부와 IMF간에 합의한 99년 상반기 금융·기업부문 정책 합의서는 앞으로 추진해야 할 기업구조조정에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정부가 부채탕감 등 기업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금융기관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위약으로 결말나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기관의 당장의 손실이 이번 합의를 통해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서의 최대쟁점은 두가지였다. 기아, 한라등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종금사 여신을 당장 손실로 처리하느냐 시간을 두고 단계적(이연처리)으로 반영하느냐가 첫번째 쟁점이었다. 두번째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 여신의 얼마를 손실(대손충당금)로 처리하느냐는 문제다.
정부는 한국적 현실을 내세우며 종금사의 구조조정 여신을 이연처리하고 워크아웃여신의 손실처리 규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원칙만 강조할 경우 수많은 기업을 부실화시키고 금융기관을 부담을 늘려 구조조정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IMF는 투명성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합의문은 양자가 적정한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내용을 들여다 보면 IMF는 원칙을 관철하고 우리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다소의 명분을 얻었을 뿐이다.
종금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아, 한라여신의 처리 문제는 많은 종금사의 존망과 관계가 있다. 종금사들은 기아 한라를 조기에 처리하려는 정부방침에 따라 부채를 탕감해줬다. 1조8,000억원규모에 달한다. 담보도 없다. 이를 당장 손실로 처리할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처하는 종금사가 여러곳이다. 정부는 이를 의식, 기업구조조정여신(2조원 상당)을 이연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합의서는 표면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 여신의 이연처리를 허용했다. 그러나 내용은 다르다. 3월말을 기준으로 이를 한번에 손실로 처리한뒤 이 기준에 따라 종금사를 처리키로 했다. 자본잠식 종금사는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어려우면 문을 닫고 자본잠식이 되지않고 이연처리로는 BIS비율을 맞추는 종금사라도 당장 손실을 반영한 재무재표를 기준으로 BIS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업무제한과 적기시정조치를 통한 제재를 받게된다. 문을 닫든지, 아니면 단지 다소간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정부의 다짐이 국제회계기준과 국제수준의 금융기관 건전성감독이라는 IMF의 원칙에 무력해진 셈이다.
워크아웃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확대의 경우 정부가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부문이다. 현재 워크아웃 여신은 2%를 손실로 보고 있다. 생존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IMF는 이를 생존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업으로 주장했다. 적어도 20%이상 손실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주장으로 손실로 보는 비율이 최고 20%로 제한됐다. 워크아웃기업의 위상이 적어도 「죽어가는 기업」으로까지 깎아내려지지는 않은 셈이다.
반면 금융기관의 부담은 늘어난다. 워크아웃 여신은 은행이 16조원 등 금융기관 전체로 30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확정해야 알겠지만 지금보다 수조원을 더 손실로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약속보다 국제기준이 힘이 더 세고 워크아웃에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면 현실적으로 금융기관들이 기업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게 된다. 충분한 증자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 금융기관은 문제를 덮어두는데 따른 손실확대를 조기에 차단코자 기업구조조정에 능동적으로 나설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당장 앞가림에 급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워크아웃은 다수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기 때문에 합의도출이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원칙이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정공법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는 주장이 많다. IMF와의 합의에 따를 경우 보험, 투신의 구조조정이 점점 목전에 다가오고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추가적인 부실요인도 확대된다. 결국에는 돈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15조~20조원상당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는 구조조정 재원을 확충해 기업과 금융부실을 과감히 도려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최근 국제금융계에서는 한국 재벌그룹들의 부실화마저 공공연히 거론하는 실정이다. 【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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