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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발상의 전환 필요한 차기전투기 사업

논란을 빚었던 차기전투기 선정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4일 오후 격론 끝에 단독후보 기종으로 올라온 미국 보잉사의 F-15SE(사일런트 이글)전투기에 대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심의위원 대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고 한다. 스텔스 성능이 떨어지고 아직 시제기조차 제작되지 않은 미검증 기체라는 점이 걸린 모양이다. F-15SE가 첨단기종이지만 기체설계는 1960년대 기술이 적용돼 원형기가 처녀비행을 한 지 41년이나 지났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우리는 방추위의 신중한 결정에 동의할 수 있다. 도입가격과 30년간 운용비용을 합치면 30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을 졸속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전력화 지연으로 인한 공중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 예산을 증액해서라도 공군이 원하는 작전요구 성능에 부합하는 전투기를 고르겠다고 밝힌 이상 재원 마련도 과제로 떠올랐다.

우려되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방추위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당초 오는 2017년으로 잡았던 전력화 시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선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졸속을 낳을 소지가 크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F-35A기종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구심도 지우기 어렵다. 개발비용이 당초 예상가격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F-35A 도입을 강행할 경우 논란의 재연도 불가피하다.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전력화 시기의 지연이 우려된다.



당장의 과제는 전력공백을 어떻게 메우냐에 있다.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467대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퇴역한 F-4(68대), F-5(170대)로 노후기 교체는 지금도 늦은 상태다. 그렇다면 신형기만 도입해온 관행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꾀할 때다. 다른 나라의 잉여전투기 임대나 기존 보유전투기의 개량ㆍ개조, 국산 차기전투기(KFX)사업의 강력 추진 같은 다양한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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