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하위권 팀들은 피가 마른다. EPL 20개 팀 가운데 18~20위 팀은 다음 시즌에 2부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된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도 소속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가 최하위라 마음이 불편하다.
EPL 승격과 2부리그 강등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이다. 글로벌 회계ㆍ컨설팅 전문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2부리그에서 EPL로 진출하는 팀은 최소 9,000만파운드(약 1,500억원)의 수익이 보장된다. 반면 EPL에서 2부리그로 떨어지는 팀의 다음 시즌 수익은 EPL에 있을 때보다 2,500만파운드가량(약 420억원) 줄어든다. 1,500억원이던 수익이 한 시즌 만에 1,080억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나마 '낙하산 지원금' 제도로 수익 감소를 만회한 것이 이 정도다. EPL은 강등팀을 대상으로 한 시즌에 200억원씩 네 시즌 동안 일종의 위로금을 전달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게임=24개 팀이 겨루는 2부리그에서 1ㆍ2위는 다음 시즌 EPL로 승격한다. 3~6위 가운데 한 팀도 플레이오프를 거쳐 EPL로 진출한다. 그래서 EPL행 막차 티켓의 주인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결승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판 승부로 불린다. EPL 진출 시 거머쥐는 1,500억원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EPL의 수익 가운데 최대 비중은 TV 중계권료가 차지하는데 국내외 중계권료 수익은 최고 인기 리그답게 수조원에 이른다. EPL은 이렇게 올린 수익의 50%를 20개 팀에 균등하게 배분하고 25%는 성적에 따라 나눈다. 나머지 25%는 홈 경기 TV 생중계 횟수를 기준으로 나눠준다. EPL 각 구단의 중계권료 수익은 최소 약 670억원인 데 비해 2부리그의 경우 EPL 팀의 13분의1 수준인 50억원 정도밖에 챙기지 못한다. 현재 2부리그 선두는 김보경의 소속팀인 카디프시티. 시즌 종료를 9경기 남기고 2위 헐시티와 승점이 7점 차라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한 번 떨어지면 기약 없는 승격=누리꾼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리즈 시절'이란 말이 있다. 리즈 시절은 미남 스타 앨런 스미스의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 활약상에서 유래했다.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동료이기도 했던 스미스는 지금 3부리그 밀턴 케인스 돈스에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리즈 시절은 되돌아보기도 힘든 오래전의 화려했던 왕년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리즈 구단 역시 지난 2004년을 끝으로 EPL에서 자취를 감췄다. 3부리그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2부리그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9년째 EPL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리즈처럼 한 번 EPL에서 강등되면 컴백을 기약하기 어렵다. EPL에서 뛰던 실력으로 금방 다시 올라올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주력 선수들이 EPL에 잔류한 팀으로 대거 이적하기 마련이고 리그 환경도 다르다. 챔피언십은 몸싸움에 관대하기로 악명 높은 EPL보다 몇 배는 더 터프하다. 지난 시즌 볼턴의 강등으로 올 시즌 챔피언십을 경험하고 있는 이청용은 "챔피언십은 상당히 거친 리그다. 그런 경기를 통해 태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챔피언십 8위(승점 54)인 볼턴은 6위(승점 59) 안에 들어야만 EPL 승격이 걸린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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