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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쓴 예산으로 재정흑자] 경기 우선이라지만 '돌려막기'… 나랏빚 이자도 안갚아 미래 부담

■ 17조원 어디서 남겼나

2년간 기재부 불용예산 10배 늘어 6조4000억

안 갚은 공적자금관리기금 이자는 4조나 달해

'아랫돌 빼 윗돌 괴기' 반복 땐 적자만 더 커져



정부 예산을 다 사용하지 않고 불용액을 늘리면 재정지출은 줄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적자재정도 흑자로 돌릴 수 있다. 불용을 늘려 재정적자 폭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 새 기획재정부가 쓰지 않고 남긴 예산은 10배가 늘었다. 2012년 6,000억원에 불과했던 기재부 불용예산은 2013년 2조9,000억원, 지난해에는 6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더욱이 재정당국은 불용예산 대부분을 정부가 꾼 돈의 이자를 내야 하는 금액을 줄여 마련했다. 예산불용이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이자마저 돌려막기로 메우는 현실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인 현행 나라 살림살이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불용 37%가 기재부 예산… 4조원은 빚 이자 갚는 돈=지난해 기재부가 남긴 금액은 중앙정부 전체 불용예산의 37%에 달한다. 2012년까지만 해도 전체 불용예산 대비 기재부 불용예산의 비율은 20% 안팎에 불과했다. 불용예산이 사상 최대인 18조1,000억원을 기록했던 2013년에도 이 비율은 16%였다. 다소나마 불용예산이 줄었다는 지난해에 유독 기재부 불용예산만 급증한 것이다.

기재부가 지출을 잘라낸 부분을 보면 불용을 통해 재정적자를 가렸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 기재부가 지난해 쓰지 않고 남긴 예산항목은 공적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 예수금 이자상환 목적 4조원, 일반 예비비 1조4,000억원, 일반회계에서 공자기금으로 나가는 전출금 1조원을 합한 6조4,000억원이다.

공자기금은 엄격하게 운용되는 예산체계에서 국채발행 금액이나 타 기금에서 빌려온 돈을 쓸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기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예상하지 못했던 복지사업 지출이 필요할 경우 국채발행이나 타 기금에서 빌린 돈을 공자기금이라는 통로를 통해 일반 사업비 재원으로 쓰는 것이다. 때문에 공자기금은 중앙정부의 '쌈짓돈'으로 불린다.

쌈짓돈이라도 이자는 갚아야 한다. 해마다 이렇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기재부는 공자기금 예수금 이자상환 명목으로 예산을 배정한다. 지난해 여기에 배정된 금액은 7조7,000억원이다. 이 중 4조원을 갚지 않았다. 기재부가 갚지 못한 금액은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공자기금이 대신 갚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자상환의 재원이 재정자금이든 기금이든 나랏빚 갚기는 마찬가지여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때 빚을 갚지 않으면 국민이 떠안아야 할 이자부담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결국 미래 세대에 빚잔치 규모를 키우는 꼴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부진으로 세수가 덜 걷히는 상황에서 일반사업 예산을 남긴다면 움트는 경기회복의 싹마저 밟을 수 있다"며 "빠듯한 재정구조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경기진작에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인다면 세수결손의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부득이 이자상환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관리재정 적자, 사실상 전년보다 두 배 늘어=정부가 예산을 다 사용하지 않고 재정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적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0년 13조원이었던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세수펑크가 시작된 2012년 전년 대비 9,000억원, 2013년에는 2조7,000억원, 2014년에는 9조1,000억원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는 '실질불용예산' 11조3,000억원을 포함하면 사실상 적자가 전년보다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재정당국이 예산불용과 공자기금을 활용해 재정누수를 돌려막는 행태가 반복되면 적자 나라살림이 가려지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적자재정은 재원 마련 없이 복지지출을 늘린 탓이 크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대규모 세수결손까지 겹치면서 재정수지가 더욱 나빠졌다. 하지만 정부가 임시변통(臨時方便)인 불용의 마술을 부리고 '쌈짓돈' 공자기금을 통해 손쉬운 해결책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용도 공자기금도 재정수지를 좋게 나타낼 수 있도록 쓰일 수 있다"며 "재정을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는 툴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조세정책과 세출 부분을 봐야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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