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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정말로 원하는 것

이라크전쟁에 따른 불안한 기운이 엄습한 가운데 19일 열린 경제5단체 부회장 회동. 서울 신라호텔 23층에 들어서는 이들의 표정에는 어느때보다 긴장감이 역력했다. 한시간여의 회의 후 내놓은 여섯장짜리 페이퍼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현안과제`란 그럴듯한 제목이 보여주듯, 경제 활성화를 위한 5단체의 주장들이 일목요연하게 담겼다. 경상수지 적자 대책부터 기업정책 보완방안까지, 재계의 요구사항들이 집결돼 있었다. 하지만 자료의 서두를 장식한 것은 공교롭게도 `정부정책의 확실성 제고`란 굵은 글씨의 제목이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정책의 `시간표`와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표현이었다. 재계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정부 관계자들과 만났다. 어느 정권에서도 이런 예는 드물었다. 그럼에도 재계 지도자들은 정책을 확실하게 해달라고 `떼`를 쓴 것이다. 왜 일까.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가 사석에서 전례없이 당국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게 가슴을 찌른다. “장관 두명이 오랫동안 진퇴를 놓고 나라를 시끄럽게 하더니, 이젠 부총리까지 영변 폭격 운운하며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그는 우리 정부가 이라크 전쟁 이후의 대책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전쟁을 지지하는 것인지, 미국의 우방역할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푸념도 꺼냈다. 오죽했으면 “대외 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으로 한미간 공조체제를 돈독하게 해달라”고 재계가 나섰을까. 그는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을 떠올렸다. 이 장관은 시장을 잘 알았던 각료로 꼽힌다.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고 가려운 구석을 먼저 긁어줬다. 재계는 서슬퍼런 구조조정 와중에도 그를 따랐다.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정책의 첫번째 덕목은 누가 뭐래도 시장의 불안심리를 제거하는 일이다. 기업들이 원하는 `당근` 몇 개를 준다고 훌륭한 정책 당국자는 결코 아니다. 정책의 시간계획을 알려달라는 재계의 요청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고대한다. <김영기기자(산업부)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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