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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외화자금 넘치는데 쓸곳은 마땅찮고… 달러 운용 딜레마

[금융사 글로벌 양적완화에 고민] <br>예금 358억달러·해외채권 발행도 80억달러나<br>해외금융기관마저 외화 대출 수요 크게 줄어<br>상환 목적 글로벌 본드 외에는 발행조차 꺼려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의 외환 담당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러 구하느라 안달이던 금융회사들이 이제는 넘치는 달러를 운용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이제는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은행들이 단기 차입금을 대규모로 순상환하고 외화 콜 방식으로 해외에 자금을 빌려주고 있지만 넘쳐나는 달러자금을 운용하느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의 양적완화(QE3)로 전세계의 달러자금이 넘쳐나고 있는데다 국내 은행도 지난해부터 외화채권을 꾸준히 늘려 온 터에 최근에는 외화예금까지 빠르게 증가하면서 달러 창고가 빼곡히 찬 탓이다.

24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 8월 말 현재 358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말(299억3,000만달러)보다 59억달러가 늘었다. 여기에 국내 은행들은 9월 현재까지 80억달러가 넘는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99억5,000만달러의 80%가 넘는 규모다. 더욱이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뒤부터는 국내 은행들이 발행하는 외화채권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역대 최저금리를 경신할 정도로 조달 조건도 좋아졌다. 시중은행의 한 글로벌시장 담당 임원은 "지난해 9월 한 시중은행이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해 뉴욕에 갔지만 수요가 없어 발행계획을 철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넘쳐나는 외화자금, 이제는 운용이 고민=국내 은행에는 위기 때를 대비한 외화 유동성 확보가 주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금융감독당국도 매달 외화유동성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접차입에서부터 커미티드라인 구축 등 꾸준하게 외화 확보에 나섰다. 외화예금을 늘리는 것도 외화 유동성 확보의 전략에서 진행됐다. 그랬던 은행들은 요즘 외화자금 운용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채발행이나 외화예금은 은행이 일정 이율을 부담하고 있는 '빚'"이라면서 "이를 대출로 활용해야 은행은 부담을 덜 수 있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외화자금을 해외금융기관에 단기에 대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7월 한 달간 해외금융기관에 대한 단기대출이 45억1,000만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으로부터 일부 자금을 빌려 썼던 해외금융기관도 이를 줄이면서 은행의 외화자금 운용도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 등이 단기차입금의 상환을 늘리는 이유다.

실제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7월에 해외의 단기차입금을 22억3,090만달러나 순상환했다. 4월 15억9,740만달러, 5월 24억9,380만달러, 6월 11억4,070만 달러를 순차입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자는 "해외채권 발행 등으로 달러자금이 넉넉해진 반면 운용이 여의치 않자 차입금을 우선 대거 상환했다"면 "8월 이후부터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QE3에 이어 유럽ㆍ일본 등도 양적완화에 동참하면서 글로벌시장의 달러 등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 컸다. 시중은행의 자금 담당자는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자금을 차입하려는 수요가 위축되고 있고 단기금리마저 하락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달러자금이 넘쳐나자 본점 차입이 수월해지면서 국내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만기 돌아오는 채권만 차환발행"…추가 발행 조율=외화채권 발행이 급격히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글로벌본드 발행 물량이나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 담당 부장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글로벌본드 발행 이외 축적 목적의 외채발행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대출자산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 차환발행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의 낮은 금리로 차환발행만 해도 은행으로서는 엄청난 이익"이라면서 "단기채의 경우 가산금리가 1년 새 30bp(1bp=0.01%포인트)가 낮아졌는데 3억달러만 차환해도 1년에 100만달러 가까운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외화 유동성 확보가 우선"=그렇다고 은행이 무작정 외화자금 확보를 미룰 수도 없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도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고 대외요인이 취약한 경제구조 등을 감안할 때 외화유동성은 수익성이 아닌 위기대응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은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9월 들어 금융기관들이 낮은 금리로 18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도 "외화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화만 쌓일 경우 은행에는 당연히 부담은 되겠지만 아직 대외여건이 살얼음판"이라면서 "시차는 조율하되 일정부분 외화자금을 확보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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