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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패스트인테리어 시대 활짝

옷 사듯 인테리어 주문… 우리집이 이틀새 유럽풍으로 바뀌었네


부동산경기 악화에 노후주택 늘자 건자재업계 B2C시장으로 눈돌려
바닥재·벽재·욕실 등 신공법 개발
공장서 사전제작, 현장선 붙이기만 일주일 걸리던 공사기간 크게 줄여
LG하우시스 등 직접 쇼핑몰 운영… 대리점 안거쳐 가격 거품까지 확 ~


# 40대 주부 연미진(가명)씨는 지난해 10월 지은 지 10년 이상 지난 노후주택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낡은 욕실 때문에 고민이 컸다. 이사 일정이 빠듯해 열흘 안팎으로 걸리는 욕실 리모델링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타일 장식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인터넷쇼핑몰을 살펴보던 연씨는 하루 만에 시공이 가능한 욕실 패키지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용카드로 결제하자 바로 다음날 영업사원이 이사할 집을 방문해 실측상담을 진행했고 5일째 되던 날 새 욕실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연씨 가족은 그 이튿날 새 단장한 집으로 이사했다. 연씨는 "미리 제작한 패널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시공을 하니 단 하루 만에 공사가 끝났고 이웃에서 욕실공사를 한 줄도 모르더라"며 웃었다.

간편주문, 간편시공으로 요약되는 '패스트 인테리어 열풍'이 건자재 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옷이나 액세서리로 자신을 치장하듯 내 집 꾸미기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셀프 인테리어족'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변화다. 한국인은 평생 단 두 번, 결혼할 때와 내 집 장만할 때 인테리어에 큰돈을 투자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흔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 수준에 근접하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된다고 한다. 이케아·자라홈·H&M홈 등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들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하고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내에서 라이프스타일숍이 차지하는 면적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도 가구·건자재 시장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련 업체들 역시 인테리어 공사의 문턱을 낮추는 데 적극적이다. 장기불황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노후주택의 비중 증가로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는 B2C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 변화다. 국토교통부의 재고주택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주택 중 48%가 25년 이상 된 노후주택으로 추정된다. 재건축·재개발 및 신규 공급이 연평균 20만~30만가구 수준인 반면 20년 이상 된 주택의 증가는 연평균 50만~60만가구 수준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 2010년 19조원에서 올해 28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건자재담당 연구원은 "신규 주택의 공급 속도보다 기존 주택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 전체 주택에서 노후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를 기준으로 750만가구 이상의 잠재시장을 가지고 있는 B2C 시장의 장기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건자재 업계 역시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적극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대적인 공사가 불가피했던 바닥재·벽재·욕실 등의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신공법 및 자재 개발을 통해 '패스트 인테리어' 트렌드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가구 업계 1위인 한샘이 처음 선보인 한샘 하이바스는 홈쇼핑 업계에서 '대박 욕실'로 통한다. 2012년에는 방송 한 번에 주문매출이 37억원을 넘어서며 롯데홈쇼핑 창사 이래 회당 최고매출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한샘 하이바스의 성공 비결을 간편시공에서 찾고 있다. 이 제품은 건식 시공방식을 적용해 패널과 욕실 부품류를 공장에서 사전제작하고 현장에서 철거 1일, 시공 1일 만에 새 욕실을 완성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LG하우시스 역시 '원데이 시공'을 내세우며 홈쇼핑·인터넷쇼핑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공법 개발을 통해 철거와 시공을 단 하루 만에 끝내는 '원데이 시공 서비스'를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했다"며 "대표적인 B2B 제품이던 PVC 창호 매출에서 개인고객 매출 비중이 지난해 40% 가까이 올라가며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유통 다각화나 소재 개발 등을 통해 가격 거품을 줄이고 고객 접점을 늘리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욕실전문기업 대림비앤코는 롯데마트·메가마트 등 대형 유통체인과 제휴를 맺고 시공서비스가 포함된 욕실 시공 패키지(대림 바스플랜)를 판매하고 있다. 또 CJ몰 등 온라인쇼핑몰은 물론 쿠팡 등 소셜커머스에서도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리점이나 인테리어 업체를 통하는 대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마케팅 방식을 통해 대림비앤코의 온라인·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연간 300%, 174% 각각 성장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LG하우시스 역시 지난해 9월 말 업계 최초로 직영 온라인쇼핑몰인 지인몰을 선보였다. 가격은 TV홈쇼핑 수준으로 낮췄고 창호·바닥재 등 시공이 필요한 자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류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시스템창호 전문기업 이건창호는 대형 건축물이나 고급주택에서 주로 활용하던 시스템창호의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고가 소재인 알루미늄 대신 중저가의 PVC 소재를 활용, 20~30% 수준으로 가격 부담을 낮췄다. 이건창호 관계자는 "기존에는 고객들이 인테리어전문점을 통해 시스템창호를 주문하면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어 유통마진이 이중으로 더해졌지만 앞으로는 제휴 인테리어 업체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마진을 최소화해 가격 거품을 없앨 것"이라며 "B2C 시장의 성장세가 본격화되면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마케팅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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