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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LCD업체 구형라인 고쳐 '재미'

국내 반도체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업체들이 '구닥다리' 라인의 공정 전환을 통해 연간 최대 수조원의 매출을 창출해내고 있다.대규모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구세대 공정을 차세대 제품군으로 돌려 시장 선점과 수익 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0년대 초반 수명을 다한 기흥공장의 D램 2ㆍ3ㆍ4ㆍ5라인 공정을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LSI 공정으로 전환, 올해 18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라인은 과거 1~4메가 D램을 주로 생산했던 곳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LSI는 높은 집적도가 필요 없어 구세대(0.2~0.4미크론) 공정으로 추가 투자 없이 생산이 가능하다"며 "감가상각이 끝난데다 설비투자 절감비용을 R&D에 쓸 수 있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지난 2ㆍ4분기부터 6ㆍ7 D램 생산라인에 700억원만을 투입, 플래시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감가상각이 끝나 마진율은 60~70%에 이른다. 삼성은 플래시메모리에서 올해 14억달러의 매출로 세계 2위로 올라설 계획이다. LCD업계에서도 구세대 라인을 이용, 대규모 이익을 올리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지난 2000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4세대 라인의 일부를 차세대 제품인 20.1인치 모니터용 LCD로 전환,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LG필립스는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5세대 라인 가동에 들어간데다 6ㆍ7세대까지 검토중이어서 4세대는 사실상 '준 구닥다리'로 통한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5만여대에 불과했던 이 제품은 올해 27만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LG는 올 상반기 65.7%의 독보적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2ㆍ3세대 라인에서 일본 업체들이 석권해온 휴대폰용 중소형 LCD를 집중 생산할 방침이다. LG 관계자는 "미래 시장에서 일본이나 타이완 등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방안으로 최소 투자로 생산공정을 변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떠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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