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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 녹색성장 과속'에 제동… 목표 5년 앞두고 플랜B 찾기

■ 온실가스 감축 목표 낮춘다

성급한 감축땐 경제에 찬물… 뒤늦게 조정 나서

국제사회 명분 보다는 산업계 현실 고려한듯

"수요 전망·감축 잠재량 분석해 목표 정해야"


정부가 지난 2009년에 발표한 '2020년 온실가스 감축안'를 수정하기로 한 것은 당시 목표가 국내 현실을 너무 앞서나간데다 감축규제가 기업을 옥죄어 경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온실가스 감축기술의 상용화가 늦어지는 반면 주력업종의 에너지 효율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획기적으로 감축할 여지가 많지 않은 현실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녹색성장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역시 '내가 먼저(me first)' 기조 하에 여타 국가보다 앞서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기로 선언했다. 당시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감축에 소극적 입장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동안 국내 산업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와 감축목표 수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30% 감축목표를 그대로 가져가면 제조원가와 제품가격 상승으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고 해외로의 생산 이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정부도 국내 산업계의 현실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는 명분 사이에서 현실을 선택하게 됐다.

◇2030 감축목표 정하고 2020 자연스럽게 수정=정부는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로드맵(안)'을 발표하고 최근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기여방안(INDC)'을 6월 중 유엔에 보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30년 감축목표를 먼저 결정하고 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2020년 목표치를 수정하는 방안"이라며 "숫자를 다시 세팅하면서 정부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명확하게 표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20년 목표치와 전망치를 모두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최근 환경단체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2005년 배출량 대비 20~40%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를 거의 쓰지 않는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명분 VS 경제구조 산업계 현실=정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치가 외교적 과욕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에 발맞춰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등을 선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현실을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내수와 수출 등 경제 전반의 지표가 부진한 상황도 기존대로 목표치를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됐다. 제조업 비중이 여전히 높아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에는 무리라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의 제조업 비중은 31.1%로 영국(10%), 미국(12.1%), 일본(18.8%), 독일(23.8%)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발전에도 불구하고 1995년 이후 제조업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 온실가스 감축기술인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이 2020년 이전 상용화를 전제로 정부의 감축수단에 포함됐지만 안전성 등의 문제로 상용화 시기가 불투명하다. 국내 기업들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기술을 확보한 점도 감축여력이 적은 요인으로 꼽힌다.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해야=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유연한 자세로 국제사회의 흐름을 파악하고 최대한 명분을 확보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실가스 감축이 '포스트 2020' 시대의 세계적 흐름이지만 정부가 GDP·에너지믹스·산업구조·감축기술 전망 등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진택 고려대 그린스쿨 대학원 교수는 "감축목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해 결정해야 한다"며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을 기하면서 수요 전망과 감축 잠재량을 종합적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 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국제사회의 약속이라며 그동안 지나치게 집착해왔다"며 "너무 경직적인 자세를 고수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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