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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과 국민화합

지역감정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국회의원 시절 지역감정을 온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선(大選)기간 동안 선거운동차 전국을 순회한 적이 있다. 똑같은 후보를 위한 운동을 하는데도 지역에 따라서 어떤 곳에서는 지나친 지지열기로 과열분위기가 걱정되는 반면 또 다른 곳에서는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걱정했다. 가장 손쉬운 선거운동은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지역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런데 지역감정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남북간의 앙금이 남아 있다. 일본의 경우도 관서와 관동지방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매사에 상대방 지역을 의식하며 경쟁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선거때 지역감정을 이용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며 도리어 국가적으로는 지역감정을 지역간의 건전한 개발경쟁으로 삼아 국가발전의 힘으로 승화시킨다. 우리나라 지역감정의 생성·발전과정을 보면 지역주의 망령은 핵분열처럼 늘 나뉘게 된다. 영·호남간 지역대결 구조가 행여나 영남내의 TK와 PK, 호남의 전남·북 등으로 나뉘게 될까 염려된다. 권력획득의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에서 힘을 독점해 커지면 커질수록 소지역별로 다툼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보면 지역감정 문제를 극복하는 것도 자명해진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코자 해서는 안된다. 또 건강한 국민의식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판단의 기준이 자신과 가깝거나 이익이 되는지보다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사람을 응징하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생성되어야 한다.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치유방안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간에 내실있는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같은 씨족이나 문중간의 자연스런 접촉도 교류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어려울 때마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이겨냈던 수많은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동안 영·호남은 하나였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국민화합의 무서운 힘을 보았다. 합쳐진 힘은 승수효과를 얻는다.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국민적 화합이 이뤄져야 다가올 새 천년을 한민족의 시대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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