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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침체돼도 국토해양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제 부처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금단의 구역이다. 그만큼 DTI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고 잘못 다뤘다가는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뇌관과 같은 장치다. 이 때문에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DTI 완화론이 나올 때마다 마지막 규제완화 등의 조치를 꺼낼 때까지 끝내 부인하는 상황을 반복해왔다.
공교롭게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역시 DTI 완화론의 시위를 당긴 곳은 여당인 새누리당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작정한 듯 부양 대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DTI를 어느 정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DTI 부분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방침에 정부가 딴죽을 걸 것에 대비해 아예 쐐기를 박기도 했다. 그는 "정부 부처 간, 중앙ㆍ지방정부 간 엇갈린 발표로 혼란을 빚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정부가 서울과 과천 지역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의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하기로 해놓고 보름 후 4차 보금자리 대책을 발표해 매매심리에 충격을 준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여당이 이처럼 강력하게 대책을 주문하면서 정부도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특히 황 원내대표가 "봄 이사철에 아무 문제가 없도록 여야도 힘을 합쳐야 한다"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사실상 못박으면서 정책 발표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봄 이사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3월 초순까지는 대책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정부가 DTI를 건드리더라도 전면적인 손질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DTI 규제에서 제외된 대출을 좀 더 확대하거나 일정 가격 이하의 소형 아파트에 대해서만 DTI 조건을 완화하는 수준에서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출은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집단대출(중도금대출) ▦소액자금대출 등으로 현재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2억원(주택가격 60% 이내)을 연 4.2%에 대출하고 있다. 서민층의 전세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치솟을 우려가 큰 소형 아파트에 대해 DTI 조건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3억~4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DTI를 좀 더 여유 있게 둬 봄 이사철 전세에 쏠릴 수요 일부를 매매시장으로 돌려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여당이 얼어붙은 심리를 되돌리기 위해 보다 큰 폭의 DTI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밀어붙일 경우 예상보다 규제완화의 폭과 부양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시적으로나마 수도권 전반에 걸친 DTI 완화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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