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증시가 기업실적 하향조정과 외국인 자금유입이 줄어들며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과 곡물 등을 담은 펀드들의 수익률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양적완화(QE) 축소 이슈로 몸살을 앓으며 1982년 이후 최대폭인 30% 가까운 급락을 보였던 금값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국채 매입규모가 줄어들며 달러가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 한파로 경제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오히려 안전자산인 금이 부각되고 있고 진단했다.
5일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선물 4월물은 온스당 1,300달러선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 가격은 지난 2월 초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위기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잠시 주춤했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디다는 평가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온스당 1,190달러선까지 떨어졌던 금값이 올 들어 10% 넘게 올랐다.
금값 상승에 금을 담은 펀드들의 수익률도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금 펀드 등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골드자(주식-재간접)(UH)(A)의 연초 후 수익률은 23.52%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만 15.62% 상승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2.25%, 지난달 1.32%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신한BNPP골드 1[주식](종류A)도 연초 후 20.95%의 수익을 보였고 IBK골드마이닝자[주식]A도 연초 후 18.28%를 기록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에서 판매되는 금 펀드들의 연초 후 수익률은 평균 13.44%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다. 지난해 북미 지역의 풍작으로 공급이 늘어 가격이 하락했던 곡물 가격들도 올 들어 꾸준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옥수수선물 가격은 올 들어 부셀당 420센트선에서 450센트까지 올라왔고 대두도 1,270센트까지 떨어졌던 대두도 이번 달 1,400센트까지 수직 상승하고 있다.
곡물 가격 반등에 따라 관련 펀드들의 수익도 오르는 추세다. 대두에 투자하는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자 1[채권-파생](종류A)은 2월 들어 11.72% 상승했고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 1[채권-파생]A은 9.70% 올랐다.
곡물에 투자하는 ETF도 강세다.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콩-파생]은 8.10%,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농산물-파생]도 7.7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곡물관련 펀드들은 연초 이후 7.26%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내내 금 가격을 짓누르던 ETF의 매도세가 완화되면서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낙폭과대에 따라 투기적 선물투자자금이 유입되고 곡물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일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북미 지역 혹한의 영향으로 미국 경기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귀금속과 곡물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귀금속과 곡물은 반등폭이 아직 작고 수급 측면에서 매도세가 둔화되거나 순매입으로 전환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부담이 덜해 투자가 매력적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의 방향을 주시하며 투자할 것을 권했다. 미국 경기지표가 확연히 나아지면 테이퍼링이 가속화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금값이 주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 최대 곡물 수출 국가인 미국의 곡물 생산량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준 피닉스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미국 경기 회복 신호가 강해지면 금 가격이 하락할 개연성이 크다"며 "올해 북미지역 등 북반구의 경작 상황에 따라 곡물 가격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과 곡물 시황에 따라 관련 펀드들의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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